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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Dec 24. 2023

크리스마스 선물

5분의 길 위에

다섯 시간의 눈이 쌓였다

밤이 깊은 잠에 들었을 때였다

누군가에겐 밤이 놓고 간

선물이었을 것이다

눈사람을 처음 만들어보는 아이

마실을 나서는 동네 강아지

밟지 않은 눈에 첫발을 내딛는

그 또는 그녀

누군가는 염장을 앞둔 고등어 마냥

뻣뻣한 몸으로 눈에 저항했을 것이다

새벽 기도를 나서는 할머니

크리스마스이브에도 부디 일당을 채워

치킨이라도 사갈 수 있기를 바라는

아저씨와 그 길을 배웅하는 아낙네


밤이 깨기 전

굴뚝을 타고 5분의 길 위에 내려서서

참빗 같은 빗자루로

눈을 예쁘게 가르마 탄다

산타는 선물을 나눠주는 척 받는 욕심쟁이다

착한 일을 한 친구에게 주는 선물은

오롯이 산타의 몫이다

예쁘게 포장한 기억을

내게 주는 것이 선물이기에

난 오늘 산타처럼 선물을 내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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