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의 길 위에
다섯 시간의 눈이 쌓였다
밤이 깊은 잠에 들었을 때였다
누군가에겐 밤이 놓고 간
선물이었을 것이다
눈사람을 처음 만들어보는 아이
마실을 나서는 동네 강아지
밟지 않은 눈에 첫발을 내딛는
그 또는 그녀
또
누군가는 염장을 앞둔 고등어 마냥
뻣뻣한 몸으로 눈에 저항했을 것이다
새벽 기도를 나서는 할머니
크리스마스이브에도 부디 일당을 채워
치킨이라도 사갈 수 있기를 바라는
아저씨와 그 길을 배웅하는 아낙네
밤이 깨기 전
굴뚝을 타고 5분의 길 위에 내려서서
참빗 같은 빗자루로
눈을 예쁘게 가르마 탄다
산타는 선물을 나눠주는 척 받는 욕심쟁이다
착한 일을 한 친구에게 주는 선물은
오롯이 산타의 몫이다
예쁘게 포장한 기억을
내게 주는 것이 선물이기에
난 오늘 산타처럼 선물을 내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