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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Feb 23. 2024

빛나는 섬, 테시마, 나오시마 건축여행-2

테시마에서 다카마츠로 돌아오는 배편은 오후 5시에 있다.

다카마츠 시내의 위베이스 호텔에 체크인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동네를 어슬렁 거리는데, 문제가 좀 있었다.

식구가 7명이나 되니 한자리에서 먹을 만한 테이블이 있는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저녁은 야끼니꾸로 하자고 모두 의견을 모았고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건만 맛집은 둘째치고 함께 앉을 수 있는 식당이 우선이 되다보니 결과적으로는 가격이나 맛,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저녁식사가 되었다.

뭔가 조금 부족하다는 것 때문이었을까.

술자리는 5차 까지 이어졌다.

그나마 마지막 술자리가 가장 유쾌하고 만족스러웠다.

3평이 될까 싶은 작은 사케바였는데, 그 곳 젊은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손짓 발짓 해가며, 몸을 부딫혀 가며 마시는 술이 정말 맛났다.

역시 크기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위베이스 호텔 옆의 작은 사케바


이렇게 첫 날의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둘째 날에는 나오시마에 가는 일정이라 좀 일찍 일어났다.

위베이스 호텔의 진면목은 조식이었다.

만원 조금 넘는 금액으로 꽤 괜찮은 뷔페를 먹을 수 있다.

아침을 잘 먹지 않는 편인데, 두접시를 싹 비웠다.

위베이스 호텔의 조식


나오시마에서도 전기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아 다녔다.

테시마와 달리 버스 편이 꽤 많지만 섬 이곳저곳 숨겨진 재미있는 공간을 탐색하고 싶다면 자전거를 추천한다.

나오시마는 마을 전체가 볼거리이다.

좁은 골목에 늘어선 일본 특유의 검은색 목조주택만 보고 있어도 이색적이다.

검은색 나무의 질감은 표면을 태워 만드는데, 이렇게 하면 나무의 질감이 더 살아나고 내구성이 좋아진다.

태우고 표면 처리를 하지 않아 만지면 검뎅이 묻으니 조심해야 한다.

뭐, 검뎅이로 장난 좀 치려면 나무의 질감을 한번 느끼고 옆사람 얼굴을 한번 쓰담 해줘도 좋겠다.


나무의 표면을 태우는 것은 우리나라의 전통 기법 중 하나인 낙동과 비슷한데, 무른 오동나무의 내구성을 높이고 나뭇결을 살리는 공예의 방법이었다.

낙동과 일본에서 사용한 방법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곱게 늙어 있는 모습이 단아 하기도 하면서 살짝 무섭기도 했다.

뭐랄까 귀신이 나올거 같은 분위기랄까.

하긴, 섬에는 귀신이 많다고 한다.

귀신이 물을 건너지 못해 섬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데,

동백을 주제로한 미술관 앞 마당의 우물은 링의 사다코가 기어나올거 같아 으스스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축은 마을 안에 있던 마을회관(?) 이었다.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아서 정확한 용도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목재 지붕과 낮은 본체가 만드는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높고 큰 지붕이 위압감을 주기보다는 기대고 싶은 존재로 다가오는 까닭은 재료가 목재인 덕분일 것인데, 방수 등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궁금하여 자세히 들여다보니 지붕의 외피가 2중이었다.

금속지붕이 방수에 대응하고 그 위에 철물로 지지되는 목재를 설치한 것이다.

비용은 많이 들었겠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를 만들었다고 보여진다.



그 옆의 건축물은 더 인상적이었다.

깊은 빛의 우물을 가진 공간이었는데, 아마도 마을의 우물이 있던 자리의 장소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 계획된 공간이 아닌가 싶다.

목재를 이렇게까지 사용하는구나, 감탄스러운 건축물이었다.

집속의 집, 집속의 마을 같은 공간이 다들 맘에 들었는지 한참을 머무르고 감동의 한숨을 내쉬었다.






점심은 나오시마 섬 안의 맛집으로 소문난 오무라이스집에서 먹었다.

오무라이스는 카레와 토마토 소스 두 종류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토마토가 더 맛있었다.

그리고 진짜 끝내줬던 것은 나마비루였다.

크림이 정말 부드럽고 끝맛도 깔끔하다.


오무라이스 집


안도 다다오의 리모델링 프로젝트, 안도뮤지엄.

옛 목조 주택 내부에 다다오의 노출콘크리트를 구현했다.

지상 뿐만 아니라 지하까지 노출콘크리트를 옛 건물 안에서 어떻게 구현해냈을까?

옛 건물을 해체하고 노출콘크리트 공간을 만든 후에 다시 조립한 것일까?

아니면 옛 건물을 그대로 둔채 만든 것일까?

전자든 후자든 그 과정이 참 눈물겨웠겠다 싶다.

천팀장의 똥꼬를 찌르는 투명한 원뿔 아래에 가장 안도스러운 내밀한 공간이 자리한다.

예상했던 공간의 모습이라 감동까지는 아니었지만 인생사진 한장 건진 듯하여 기분은 좋았다.



원뿔 천창의 빛이 스미는 지하 원형 공간


마을의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즐기는데 하루는 조금 짧은 듯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소하지만 재밌는 것들이 많은데, 함께 돌아보니 그런 여유를 가지기는 어려웠다.

나오시마 마지막 일정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중미술관이었다.

예약제로 운영이 되니 여행 전에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겠다.

결과적으로 지중 미술관의 감흥은 크지 않았다.

뮤지엄 산으로 예습을 했던 탓이었을까.

지중미술관의 삼각형 중정과 그것을 둘러싼 경사로는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과 너무 닮아 있다.

아니, 뮤지엄 산이 지중 미술관을 닮았다는 것이 맞겠다. 지어진 시기가 지중 미술관이 먼저이니.

제임스 터렐의 전시 내용도 뮤지엄 산과 동일하다.

그래도 모네와 윌터 드 마리아의 전시 공간은 꽤 볼만하다.

어쨌든 뮤지엄 산을 다녀왔고 나오시마에 머무를 시간이 부족하다면, 유명한 미술관이지만 과감히 걸러도 좋겠다. 차라리 마을 구경을 조금 더 하는 편이 나을지도.






테시마와 나오시마를 돌아보는데, 주어진 이틀의 시간은 부족하고 아쉬웠다.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가보다.

이번 여행은 예쁘게 채색된 기억과 강렬했던 몇몇 장면들로 추억의 유효기간이 꽤 길겠다.


사요나라 나오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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