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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Jun 15. 2021

행복의 공식 : + - =0??

"행복하세요? "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하게 감동을 받을 때가 있고 때론 예상치 못했던 것에 마음이 상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날씨도 맑은 날 흐린 날 갑자기 비가 퍼붓는 날이 있듯 삶도 기쁜 날 슬픈 날 개떡 같은 날도 있단 거다. 연애할 때는 좋은 모습만 보여 주고 눈에 콩깍지가 벗겨 지기 전에는 같이 있고 싶고 헤어 지기 싫으니까 결혼이란 걸 감행하게 된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거.  반전 매력이 있나 보다. 매력이라고 하기엔 내 삶이 좀 버라이어티 하다. 그러나 난 긍정의 편에 서고 싶다.


     남편은 먹는 걸 좋아해서 먹는 데는 아끼지 않는 편이다. 10남매 형제가 많은 대가족에서 살아서인지 손이 크다. 뭘 사도 많이 산다는 거다.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사 오던지 싸온다. 말은 내 생각나서 그랬다는데 사 오는 사람은 종종 있어도 싸오기 까지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신혼 때였는데 전복을 사 왔다. 난 요리할 줄도 모르고 만지기도 어려워 반갑지 않았다. 그런데 직접 전복도 손질해 썰어 주고 죽도 해 줬다.  오~~ 먹어 보니 이것은 맛의 신세계^^

  지금이야 초록창에 검색하면 요리법 다 나오지만 그땐 요리책 보거나 텔레비전 요리 프로에서 봐야 알 수 있었으니 척 요리해 주는 것도 내 생각해서 사들고 온 것도 고마왔다. 그런데 늘 많이 사 오는 거로 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식구는 많지 않은데 양이 많아 냉동실 들어가거나 하면 맛도 떨어지고 그거 다 먹을 때까지 한 가지만 먹을 순 없으니까 버리게 되면 아까왔다. 처음엔 싸우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그것도 포기했다. 쉽사리 안 고쳐지니까 이웃과 나눠 먹든지 조리법을 연구해 다르게 해 먹으면 됐다.

     어느 날인가는  남편이 가족을 생각해서 무슨 음식을 사 왔는데 아이들이 너무 잘 먹어서 난 애들 먹으라고 덜 먹고 있었다. 크는 아이들이라 잘 먹는 것만 봐도 미소가 절로 나오니까. 그런데 남펀이 그런 나를 봤는지 "엄마도 좀 먹게 해야지" 하고 아이들에게 말하는 거다.  그게 뭐라고 그 소리에 안 먹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우~~ 훗 역시 날 생각해 주는 남편이 있어 좋네... 이 맛에 살지 ^^ '

    여자는 작은 거에 감동한다. 아니 내가 작은 거에 감동하나???. 역시  난 단순하다. 단순하게 생각하니 내 마음이 편해진다. 작은 것이 쌓여져 모으면 큰 게 되니까....

 


     친정 엄마가 담석증이 심해 지셔서 담낭 제거 수술을 하셔야 했는데 내게 말도 없이 남편이 수술비를 내고 왔다. 엄마는 누구에게 신세 지는 거 싫어하신다. 작은 거 하나도 철저히 따지는 꼼꼼 주의에 결벽증, 완벽주의자다. 당연히 결혼 반대한 사위가 병원비 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해 놀라 셨고  나 역시 놀랐지만 고마웠다. 나 같으면 꽁해서 예전에 반대하며 안 좋은 기억들로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거 같았다.

 독신으로 사는 남동생 하나라 부모님의 걱정이 늘 많으신데 듬직한 사위로 자리 매김 해 주니 그 또한 고마울 밖에. 이제는 무슨 일이 생기면 홍반장처럼 사위를 찾으신다. 


     인생엔 늘 반전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가 재밌는 까닭은 아슬아슬하게 반전을 섞어 양념처럼 뿌리기 때문이다. '부부 싸움의 기술'에서 말했듯 결혼 생활의 3분의 2는 참는 것 인내였던 거 같다. 아내라는 것과 엄마가 된다는 것은 기다림과 참음의 무한 연속이다.  살면서 좋은 추억으로 고맙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좋지만 그와 반대로 너무 힘들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으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없듯이 눈물과 땀과 수고가 있어야 얻어질 테지.....

     살면서 누구나 기쁨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자녀가 태어나서 기쁘고 가고자 하는 학교에 진학해서 좋고, 가족과 맛난 걸 먹으며 즐겁고 아이들이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달며 코 끝이 찡 했을 수 있다.  

      살면서 기쁨의 순간이 있듯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반드시 있다. 때로는 화가 나서 소리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고 못된 소리를 하거나  본의 아니게 손찌검도 하게 되는 상황도 맞딱들이게 되기도 한다. 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불현듯 닦치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은 다 자기 기준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 일 수 있다. 동병상련이라고 그 상황에 처한 사람은 그나마 이해의 폭이 좀 있으려나.... 

     당신은 행복하세요? 뭐가 행복하신가요?

 라고 묻는 다면 수만 가지 대답이 나올 것이다. 살면서 기쁘고 즐거운 시간과 추억이 있다면 그것은 플러스(+)

미움과 아픔과 증오와 슬픔은 마이너스 ( - ) 더하고 빼면 어느 게 더 많을까? 수리적 양에 상관없이 괴롭고 힘든 건 다 빼고 지우고 내려놓고 즐겁고 좋았던 건 더 늘려 가보자. 그러면 행복 수치가 늘어나는 거 아닐까...


      남편과도 자식들과 부모님 시댁 식구 어찌 다 좋기만 하랴. 난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딸이 어디 맛난 음식점 같이 갔던 때를 말하면 내 얼굴은 맹숭맹숭 해진다. 

     " 저 봐~ 또 생각 안나지?" 난 오래된 컴퓨터나 데이터 딸리는 핸드폰처럼 버퍼링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난 포커페이스 조절이 안되지만 최대한 얼굴 근육을 동원해 본다. 그러나 눈치 100단 딸에겐 안 통한다. 한참을 지나야 생각나면 다행이고 이름도 아리송하고 한두 자만 알듯 말듯하다. 

    "엄마 기억 안 나 좋은 거 있겠다. 나쁜 기억은 다 잊어." 

딸은 그런 내가 안쓰러운지 한마디 위로한다.

어느 땐 치매라도 걸릴까 봐 영어 단어를 가르쳐주고 외우는지 계속 테스트한다.  안 좋은 기억력이 이렇게 쓸 데가 있을 줄이야....

없애고 싶은 건 안 없어지고 기억하고 싶은 건 기억이 나지 않느냔 말이다. 그것이 문제로다.


      어릴 적 생모에 관한 미움과 궁금함이 많이 있었다. 

     어찌 그럴 수 있지 하면서.... 아이를 내 품에 키워 보며 더욱 그랬던 거 같다.  이젠 이 만큼 나이 들어 설까 얼굴도 모르지만 이해한다. 나도 이혼 서류를  내 손으로 써 본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마음의 상처도 딱쟁이가 지면 비 오는 날 저리듯 그렇게 저리지만 이젠 더 이상 울지 않는다. 더 큰 사랑으로 치유되었기에 하나님의 사랑과 아프면 죽이라도 사다 줄 남편과 친구 같이 날 위로해줄 딸과 왜 또 아프냐며 마음과 달리 퉁명스레 말할 아들도 있고 보너스로 며느리 손자도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늘어놓으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내가 살면서 잘한 게 아들 딸 낳아 기른 거밖에 없는 거 아닌가...


     플러스 마이너스는 0. 영에서 새로이 시작하자. 내 옆에 있는 작은 것들부터 사랑하기로, 감사하기로...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마음에 있다고 누군가 그랬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난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자)였다. 그러나 행복의 공식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남이 할 수 없고 내가 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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