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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Jun 22. 2021

옥상 텃밭 , 꽃수니,식 집사

손에 습진이 낫지 않아도 어쩌겠어~~~

 내가 언제부터 꽃을 이렇게 좋아했을까? 정확한 시기를 알지 못한다. 어렴풋이 되돌아보니 매장을 여는 시기부터다. 그 전에는 아픈 딸의 병원 다니랴 아이들 공부와 살림에 꽃을 쳐다볼 마음의 여력이 없었다. 그런데 매장 오픈하는 날 난 우리 매장이 화원을 오픈한 줄 알았다. 난초며 화분에 축하 꽃이 작은 화원을 방불케 했다. 난 속으로 에~이 돈으로 주지 저  화분 하나에 얼마인데...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만큼 남편이 뿌리고 다닌 건가???  바꿀 수만 있다면 바꿨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돈이 아까워 들어온 화초를 키우고, 서툴러서 죽이기도 많이 하고 그러다 보니 화초 키우기 매력에 서서히 빠져 들게 되었다. 

    


   시골에 살고 싶었다. 그런데 시댁이 시골이다. 취향저격!  시어머니의 장독대도 정겹고(어머님의 땀방울이 서린 곳), 철마다 어찌 그리 알고 피는지 이름 모를 야생화, 뒷산엔 아름드리 밤나무, 집 옆엔 감나무, 은행나무, 봄엔 쑥떡 만들려고 쑥도 캐고, 커다란 가마솥에 두부 만들기 등 도시에서 느껴 보지 못한 많은 추억 들을 안겨 줬다. 시어머님이 즐겨 드시던 상추가 이젠 내가 좋아하는 채소가 되어 이렇게 심어 먹게 될 줄 몰랐다. 그 쌉싸름한 맛을 못 잊어 내 텃밭이 갖고 싶었다. 내 마음을 마치 읽기라도 한 듯 옮긴 매장엔 옥상이 있었고 화분과 스트로폴 박스를 활용해 작은 텃밭을 꾸밀 수 있었다. 


    초보 농부는 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상추가 자라지를 않아 모종이 잘못된 건가? 궁리를 해보다 화원 사장님께 여쭤 보니 비료를 줘야 한다는 거다. 농사 지으시는 시댁에서 고추 모종도 심고 고추도 따 보고 모내기에 모판도 나르고 했건만 그저 건성건성 했나 보다. 십 남매에 부모님까지 워낙 대식구이다 보니 며느리들은 밥만 챙기기도 정신없었다. 남편은 시골서 자라 심고 키우는 일은 싫어한다. 먹는 건 좋아하지만 감자는 하도 먹어 지금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얻어 먹으려면 물이라도 줘! 내 말에 물은 준다, 먹기 위해서.

나만의 옥상텃밭, 가지 꽃, 시골서 캐 온 야생화와 꽃 양귀비

      시골에서 캐 온 야생화가 올해 과연 피려나 궁금했다. 다들 예쁘다고 캐가는 내가 신기한 듯 바라 보고 아버님만 좋아라 하시며 더 캐 가라신다. 내가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닮아가나.... 

      지난 겨울 몹시 추워 매장에 화초가 많이 죽었다. 그 가운데 천리향 나무는 죽지 않고 살아서 봄에 하얀 꽃과 천리나 간다는 아름다운 향기로 나를 매료시켰다. 야생화는 추위가 와도 꿋꿋이 제 역할을 해낸다. 너무나 기특하고 대견스럽게... 함초롬이 꽃이라도 피워 내면 그리 이쁠 수가 없다. 그래서 물을 주고 계란 껍데기를 씻어 말리고 덖어서 가루 내어 비료를 만든다. 양파 껍질은 모아서 물에 담갔다가 그 물을 희석 해 주기도 한다. 쓰레기의 재활용. 퇴비가 되니 일석이조!!! 

      이젠 제법 화초를키우고 나누기까지 한다. 자식 자랑하듯 꽃자랑도 한다.꽃 좋아하는 나를 아들은 '꽃수니'라고 부른다. 난 불멍이 아니라 꽃 멍을 하며 힐링을 하고 , 키우며 움직이니 그 또한 네게 도움이 되지 않는가. 이런 나에게 딸은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이라  한다. 요즘 식물을 키우는 사람을 '식 집사'라고도 한다. 그게 맞다면 난 분명 식 집사인가 보다. 길 가다 새로운 꽃이 보이면 쳐다보게 되고 어디서 꽃향기가 나면 어디서 나는 향 일까 코를 벌름거려 본다. 행여나 다음 해에 꽃이 안 필까 꽃씨도 받아 놔 보고 날씨도 보게 된다. 내일은 비가 내리니 상추 물 안 줘도 되겠네. 마치 농사꾼이라도 된 양 날씨를 검색한다. 손에 습진이 낫질 않아 병원에 다녀도 많은 일을 놓지 못한다.


    나 역시 신장이 하나라 잘 유지해야 한다. 좋아하는 김치는 아주 최소량만 먹어야 하고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 내가 아프면 딸의 마음이 아플 테니 관리해야지....

     장마 기간엔 봄 상추가 끝난다. 장마가 지나면 가을 상추 모종을 심는다. 여름이 길어져서일까. 일명 이모작.

    내 건강에 도움 주는 이 야채들이 고맙고 좋다. 샐러드로 많이 먹을 수 있으니 고맙지 뭔가. 주변에 상추 졸아한다 소문이 나서 직접 밭에서 키운 야채도 얻어먹는다. 이웃이 있어 주고받으니 또 감사하다. 세상은 그래서 참 따뜻하다고 느낀다. 창 밖엔 새소리가 재잘재잘 지저귀고 잉글리시 라벤더가 보라색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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