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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만든 브랜드, 뭐가 다른데?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고, 그것까지 잘하는 디자이너들

by 김쟈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합니다.
디자인 토크쇼 쉑 댓 브디브디


안녕하세요, 김쟈입니다.

여러분들은 무언가에 잘 감응하는 편이신가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브랜드 중, 이 브랜드 잘한다! 를 넘어 이 브랜드에게 속절없이 반한다..! 싶으면 십중팔구는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 전공자가 만들었더라고요. 사실 수많은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공통된 꿈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요.

오늘은 제게 그런 브랜드인, 디자이너들이 만든 브랜드들을 한번 살펴보려고 해요.




이 돈을 쓰고 싶은 요가복은 네가 처음이야

#01 무브웜 Movewarm

무브웜 홈페이지

지금은 쉬고 있지만,,, 요가를 사랑하는 요기니로써, 무브웜을 오랫동안 좋아해왔습니다. 지금이야 요가복 브랜드도, 스타일도 보다 다양화되었고, 일상 속의 요가복이라는 개념 자체도 보편화된 것 같은데요. 무브웜을 처음 보았을 때는 신선한 충격(positive)이었습니다.

무브웜 인스타그램 (@movewarm)


기특한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무브웜의 인스타그램을 보여주었을 때, 홀린 듯 구경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스팔트 위에서 다양한 포즈를 자유롭게 취하는 화보를 보는 동안 무브웜은 제게 '아름답고도 자유로운' '요가복 같지 않은 요가복'으로 각인되었지요.

어쩌면 일상복보다 색상과 실루엣이 아름다우며, 부드럽고 유연하고 펄럭거리는 자유로움! 요가복이 이럴 수 있구나!

한 눈에 반한 저는 당장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찾아보았고 대표님이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걸 보고 어쩐지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멋진 브랜드가 디자이너 출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그래픽 디자인 전공 후, 패션회사의 디자이너로 일하며 취미로 요가를 하던 이정은 대표님은 27살에 퇴직금을 들고 무브웜을 창업했다고 합니다. 다니던 회사에서 요가복 런칭을 맡겼다가 무산되고 말았는데, 그게 브랜드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해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29 코멘터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ZbNjrhpo7s

운동복에 욕심이 크게 없는 저는 자고로 운동복이란 저렴하고 편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오고 있지만, 무브웜만큼은 지갑이 잘 열리더라고요... ?

나의 첫 무브웜깡 / 리브랜딩 전
리브랜딩 이후 무브웜깡 / 포장지가 트레이싱지에서 생분해성수지로 교체되었는데 훨씬 좋았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크게 크게 동작하는 모델의 이미지를 보고 있자면 우선 옷이 너무나도 편해보이고요, 어쩐지 뻐근해지는 몸을 유연하고 부드럽게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무브웜 인스타그램 (@movewarm)에서 볼 수 있는 무브웜의 위트!



이 브랜드가 왜 좋았을까?

- 컬러를 참 잘 사용하는 점

- 요가복과 일상복 사이의 특별한 포지셔닝

-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사진 한 장으로 느껴지는 무브웜다움과 유일무이함

- 외국인 모델을 쓰지 않는 점, 입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 몸을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친근하고 트렌디한 우리 것

#02 곡물집集


공주의 '곡물 경험 브랜드'. 다소 생소하지요? 곡물집集은 '토종 곡물'을 기반으로 공주에서 카페 공간이자 브랜드 쇼룸을 운영하며 다채로운 미식의 활동들을 전개해나가는 브랜드인데요. 스스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출처 : 곡물집 웹사이트


디자인을 업으로 해오던 김현정, 천재박 부부 대표님은 아이가 생기며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고향인 공주로 내려와 곡물집集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쇼룸 겸 카페 공간

아래는 곡물집集의 쇼룸이자 카페 공간에 방문하면 구매할 수 있는 소포장된 곡물 패키지들입니다. '토종 곡물' 이라는 단어만 들었을 때 떠올리기 쉬운 전통적인 이미지보다 훨씬 현대적이고, 흡사 커피 원두를 포장해둔 듯한 패키지입니다. 200g씩 소포장된 패키지도 다 의도가 있었는데요. 낯설기 때문에 조금씩 즐겨보며 각자의 취향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위 패키지는 현재 아래와 같이 리뉴얼 되었어요. 원두별로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는 드립커피처럼 느껴집니다. 선물하기에도 정말 좋을 것 같고요.

처음엔 곡물집集이 토종 곡물을 기반으로 메뉴를 구성한 카페인 걸까? 정도로만 생각했는데요, 웹사이트를 둘러보며 정말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토종 곡물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지 고민하며 다양한 활동을 직접 기획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출처 : 곡물집 웹사이트

위 이미지는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곡물집集의 50가지 활동들이에요. 그간 브랜드가 종횡무진 시도해 온 것들을 한 장으로 정리해서 볼 수 있는데요. 1차적으로는 다채로운 기획력, 실행력, 에너지가 인상 깊었고, 또 이걸 쉽게 볼 수 있는 신문 같은 느낌으로 아카이브 해 두신 점 또한 매우 인상 깊었답니다. 공주에 갈 일이 있다면 무조건 들러보고 싶은 곳이에요.



이 브랜드가 왜 좋았을까?

- 진중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탈피한, 아름답고 독창적인 패키지와 디자인

- 왕성히 활동(전시 기획, 뉴스레터 발행, 직접 밥을 짓는 워크샵 등등)하는 진정성 있는 로컬 브랜드

- 브랜드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아카이빙하고 소개

- 제품에 한정되지 않은, 경험을 생각하고 콘텐츠를 선사하는 큰 비전과 시각을 가진 브랜드




super 쉽고, super 멋있고, super 맛있는

#03 슈퍼말차

2017년 '힛더티'가 런칭한 말차 브랜드. 네이밍도, 비주얼도 볼드함으로 압도합니다. 브랜딩을 총괄한 성혜진 힛더티 공동 대표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네이버에서 UX/UI 디자이너로, 기업에서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황성호 대표와 함께 창업을 하게 되었다고 해요. (대표님 사주에 녹색이 있는 것 아니실지...)

슈퍼말차 홈페이지

단순하고 강력한 비주얼은 슈퍼말차가 지향하는 쉬운 차, 즉 '차의 대중화'와 일맥상통한다고 느껴집니다. '차'라고 하면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시간을 들여 우려 마시는, 다도의 이미지, 섬세함과 느림의 미학 같은 것들이 연상되는데요. 슈퍼말차는 그런 기존의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고 정말 쉽고 간편하고, 그러면서 '멋지고 힙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점이 멋져요.

2024 브랜드 리뉴얼


2024년 워크룸프레스와 함께 기존의 워드마크를 좀 더 정제된 형태로 다듬으며 더 확신 있고 임팩트 있는 모습으로 변화했어요. 리뉴얼했다는 걸 몰랐다면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섬세한 변화이지만, 확실히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더 볼드하고 강인해진 인상이 듭니다.


특히 기존 S나 C가 사선으로 마감되어 유쾌하고 장난기 있는 느낌이 들었다면, 새로워진 S는 큰 성장을 해낸 진지한 어른 느낌으로 변화했어요.

슈퍼말차 인스타그램 (@supermatcha.official)

브랜드 인스타그램을 보니 팬톤칩과 색상을 대조하는 디자이너의 손길과, 인쇄소에서 감리하는 뒷모습도 보여요. 시그니처 컬러인 '따뜻하지만 차가운' 녹색을 브랜드 전반에 일관되게 구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요?

(그리고 리브랜딩 함께한 외부 스튜디오 이름 꼭 써주는 것도 디자이너 출신이셔서 그런 것일까 싶은.. 그런 섬세한 감동 포인트...)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바로 느껴져요

아래는 슈퍼말차의 인스타그램 피드인데요. 그냥 죽죽 보아도 눈이 즐겁습니다. 여기가 제품샷 맛집이에요.

슈퍼말차 인스타그램 (@supermatcha.official)

패키지에서는 볼드한 서체로 멋있는 인상을 임팩트 있게 전달하고, 콘텐츠를 통해서는 미각적 심상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며 F&B 브랜드의 소임을 다합니다.

슈퍼말차 인스타그램 (@supermatcha.official)


이 브랜드가 왜 좋았을까?

- 멋있고, 강하고, 직관적인 비주얼

- 그럼에도 '맛'있어보이는 콘텐츠를 감각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볼수록 경험하고 싶게 만듬

- 기존의 이미지를 전복, '차'를 힙하고 쉽게 전달함





In a Shake!

디자이너 출신이 만든 브랜드면 뭐가 다를까? 당연히 디자인을 잘 했겠지~ 하는 건 명실공히 당연한 소리일 거에요. 허나 세 브랜드를 살펴보는 동안,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NDR&JJS
(남다름&진정성)


무브웜은 당시만 하더라도 색다른, 일상복과 요가복의 경계에 있는 '남다른' 브랜드로 출발했어요.

곡물집集은 말해 뭐합니까, 누가 봐도 '남다른' 브랜드에요. 우리 토종 곡물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과, 왕성히 전개하는 브랜드의 여러 활동들까지.

슈퍼말차 또한 전통적이고 느리고, 지식이 해박해야 할 것만 같은 차 문화를 쉽고 간편하게 풀어낸 브랜드라는 점이 기존과 '남다른' 점이죠.

고정관념이나 기존의 관행에 갇히지 않고, 내 브랜드가 행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자유롭고 꼿꼿하게 길을 걷는 뚝심이 보여요. 디자이너들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내 브랜드는 왜 존재해야 하고 왜 가치있는지, 세상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충분히 질문했을 것이에요. 처음엔 자칫 다른 행보처럼 보여서 낯설 수 있더라도, 그런 단단한 숙성의 과정을 거쳤기에 진정성 있고 확신 있게 브랜드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 거에요.

디자이너들은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잘 확립하고, 또 비주얼로 기깔 나게 풀기까지 할 수 있는 능력자들입니다. 또 그 비주얼도 남들과는 다른, 근데 무턱대고 튀고 싶어서 다른게 아닌, 진정한 우리만의 것을 위한 꼭 맞는 옷을 입은 비주얼을 잘 찾아내고요!


아직 더 이야기해보고 싶은 브랜드도 많지만, 생각보다 토크가 조금 길어지다보니 다음 기회로 미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여기까지 긴 시간 동안 토크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약간 TMI지만...? 거짓 없는 TMI 공유*

이번 토크 집에서 잠옷 입고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무브웜 파트를 진행 중 상의 하의 무브웜 제품으로 환복하고 산책을 다녀왔고, 슈퍼말차 부분을 마무리하면서는 아쉬운대로 집에 있는 말차가루를 우유에 타 마셨답니다. 저녁으론 곡물밥을 지어 먹을 것이에요... 그냥 그러고 싶어서요. 이 브랜드들의 진정성이 저를 행동하게 하는 걸지도요!




브랜드 자체 채널 제외, 참고한 링크

29cm

당신이 다시 알아야 할, '무브웜' 브랜드 코멘터리

네이버 디자인 프레스

[find 3호 #3] “균형 잡힌 식문화를 제안합니다”

Sung Hyejin 성혜진 - 슈퍼말차 브랜드의 마에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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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집 김현정 대표, 토종 곡물로 느껴보는 삶의 새로운 감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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