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국가 선언하다.

독서 유치원

by 꿈꾸는 감자

2026년 1월 23일에 독서국가선포식을 했다. 영어유치원처럼, 독서유치원을 만들겠다고 했다.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문해력에 문제가 많은 요즘 긍정적인 시각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입을 앞둔 첫째도 초등고학년부터 책을 좋아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매일은 힘들지만 아이가 좋아하니 동화책을 읽고 독후활동하며 노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엄마, 심심해요.”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 뭐가 심심해.”

잘 때마다 아이는 동화를 듣는다. 처음엔 전래동화 CD가 있어 틀어주었다. 계속 듣다 보니 다른 건 없냐고 아이가 새로운 이야기를 찾았다. 아이도 나만큼이나 이야기를 좋아한다. 1년 전에 당근에서 드림으로 받은 세계 명작동화를 오디오로 들려주고 싶어 요즘엔 핸드폰 유튜브로 들려준다. 영상은 핸드폰을 뒤집어서 보이지 않게 하고 소리만 듣게 한다. 주니토니나 톰토미에서 나오는 동화는 다 들은 것 같다. 이게 습관이 되다 보니 잘 때마다 듣고 싶어 한다. 심심하다는 말은 동화를 들려달라는 소리이다.


“오늘은 좀 그냥 자자.”

조용히 생각하다가 자도 좋을 것 같아 말해보지만 찌깐이에게 늘 진다.

“아니~ 심심해요.”

일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아이를 씻기고, 누우면 녹초가 되어 더 실랑이할 힘도 없어 그냥 틀어준다.


6시 30분 기상.

주말인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것일까? 그동안 아르바이트하면서 아이를 7시도 안 되어서 깨웠다. 아이는 한 달 동안 습관이 되었나 보다.

주말엔 꿀잠 좀 자고 싶은데….

무거운 몸을 일으켜본다.

“엄마, 오늘은 흥부와 놀부를 만들고 놀자.”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아이는 어제 오디오를 들으며 흥부 집과 놀부 집을 만들어 놀고 싶다고 말했다.

한동안 아기 돼지 삼 형제와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빨간 모자에 빠져서 읽고, 구연하고, 집도 만들고 책 내용에 충실해서 놀았다. 집은 레고, 카프라, 종이 등으로 만들어 보았다. 장난감 모형들은 늑대도 되고, 돼지도 되고, 양이 된다.


“오늘은 뭐로 만들까?”

조카가 쓰고 물려준 블록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 블록을 이용해서 집을 만들었다.

“그다음엔 뭐가 필요하지?”

“아, 좋은 생각이 났어요. 티니핑으로 흥부를 할 거야. 엄마는 놀부 해요.”

“나도 흥부하고 싶어.” 딴지를 걸어보지만 찌깐이는 양보가 없다.

“엄마가 놀부 해. 나 흥부 할 거야.”

맨날 착한 주인공은 찌깐이 몫이다.

“제비는 뭐로 하지?”

“찌깐이가 그려 봐.”

흥부와 놀부에서 나오는 제비

종이와 사인펜을 가져다주었다.

생각보다 너무 잘 그려서 놀랐다. 아이는 늘 티니핑 색칠만 하고, 그림은 거의 그리지 않는다. 가끔 그리고 싶은 게 있으면 그려 달라고 했다.


“너무 잘 그렸다. 사진 찍어서 아빠 보여줘야겠다.”

토요일에도 일하는 찌깐이 아빠에게 보여주면 아빠도 좋아할 것 같았다.

“선생님도 보여줘.”

칭찬에 흥이 났나 보다. 나는 제비집을 대충 그리고 오려서 제비 밑에 테이프로 붙여주었다.

“박은 풍선으로 동그랗게 만들까?”

“엄마. 흥부 집은 박이 3개야. 3개 불어줘요. 빨강, 노랑, 초록으로요.”

색깔까지 정해준다.

“그럼 놀부는?” 내가 물었다.

“세어보자. 1,2,---9개” 찌깐이가 세었다.

해가 바뀌더니 하루가 다르게 컸다. 숫자도 안정적으로 세었다.

먼저 풍선 3개를 불어 흥부 집을 완성했다.

“길고 무서운 것도 만들어야지요.”

“아! 구렁이?”

구렁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는지 입에 붙지 않았나 보다. 구렁이는 긴 풍선을 불었다.

“눈은 내가 그릴 거야.”

아이는 눈과 입을 그렸다.

“내가 뾰족한 이빨을 그려줄게”

점점 그럴싸하게 만들어졌다.

KakaoTalk_20260202_003100065.jpg 흥부의 집

동화책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만들었다.

놀부.jpg 정자관을 쓴 놀부

“엄마, 그런데 놀부는 왕관을 썼어. 왕인가 봐요.”

“왕관? 이건 왕관이 아니고 모자야. 옛날 사람들이 쓰던 건데….”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Gemini가 알려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핸드폰을 꺼내 흥부를 찍어 물어보았다. 참 좋은 세상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집에서 평상시에 쓰던 <정자관>이라는 것이다. 흥부와 놀부는 조선시대 배경이었구나. 아이 덕에 알게 되었다.

“이 모자의 이름은 정자관이라고 해.”

아이는 어려웠는지 집중해서 듣지 않았다. 그래도 왕관이 아니라 모자라는 것은 알게 된 것 같다.


작년 여름에 최승필 작가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독서맹아기 때는 찌깐이와 나처럼 독후활동을 해보는 것이 최고라고 하셨다. 첫째는 이때 좋아하는 책을 정말 여러 번 읽기만 했다. 그래서 어떤 책들은 책이 너덜너덜해져서 테이프를 붙여가면서 읽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자연스럽게 한글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띠동갑 찌깐이는 좋아하는 동화를 구연해 보고, 배경을 만들어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한글은 읽지 못하지만 더 재미있게 동화를 즐기는 것 같다. 오늘 밤에도 흥부와 놀부를 읽고 아이는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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