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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투 메디슨 글레이셔에서 만난 산의 풍경

Glacier 국립공원

by lee nam

Glacier 국립공원 투 메디슨 글레이셔(Two Medicine Glacier) 지역은 고요한 호수와 울창한 숲만큼이나 장엄한 산봉우리들로 사람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세인트 메리 피크(Saint Mary Peak)는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마치 이곳의 수호자처럼 서 있다. 멀리서 바라본 산봉우리는 날카롭고도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구름 속으로 사라질 듯 아득하게 솟아 있고, 그 아래로 펼쳐진 계곡과 숲은 자연의 품처럼 넓고 따스하다.


산을 오르며 자연과의 대화를 하면서 발밑에 놓인 바위와 나뭇가지가 걸음을 멈추게 하고, 산들바람은 귀를 간질이며 쉼표를 찍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봉우리의 위엄은 점점 더 커졌고, 산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수천 년 동안 비와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이 산의 모습은 그저 거대하거나 단단한 것만이 아니었다. 마치 시간의 예술가가 정성스레 빚어낸 작품처럼, 절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정상에 오르자 발아래 펼쳐진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풍경은 말을 잃게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맥은 마치 거대한 물결처럼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에 반짝이는 호수들과 초록빛 숲이 숨 쉬고 있었다. 하늘은 낮게 내려와 손을 뻗으면 닿을 듯했고, 바람은 더 이상 산 아래에서 느끼던 것과는 달랐다. 맑고 시원한 공기는 가슴속 깊이까지 스며들며, 마치 자연이 건네는 위로처럼 느껴졌다.


산의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단지 아름다움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시간과 자연의 조화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산은 그 자리에 오랜 세월을 견디며 서 있었고, 그 아래에서 숲과 호수, 그리고 모든 생명이 함께 숨을 쉰다. 그 풍경 속에서 인간은 아주 작은 존재로 느껴졌지만, 동시에 이 거대한 자연의 일부라는 따스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세인트 메리 피크와 그 주변의 풍경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채웠다. 자연이 들려주는 조용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복잡함이 멀리 사라진 듯했다. 산과 풍경은 여행객들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할 뿐 아니라, 삶의 소중함과 자연의 경외감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존재였다. 그곳에서 느낀 평온함과 경탄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나를 이끄는 기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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