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acier 국립공원
Glacier 국립공원 투 메디슨 글레이셔(Two Medicine Glacier) 지역의 하이킹 코스는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자연의 숨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처음 트레일에 들어서자마자 가슴속까지 스며드는 신선한 공기가 나를 맞아주었다. 주변은 고요했고,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작은 돌과 낙엽 소리가 걸음마다 나와 동행했다. 그 순간, 나는 분주했던 일상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자연의 품에 안긴 기분이 들었다.
스위프트커리트 트레일(Swiftcurrent Trail)을 따라 걸으면서 고산 식물들이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었다. 한 송이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연약해 보이지만 당당히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모습에 왠지 모를 위로가 느껴졌다. 그 옆으로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따금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이 공기 속에 스며들었고,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내 마음은 점점 가벼워졌다.
투 메디슨 루프 트레일(Two Medicine Loop Trail)에서는 더욱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한쪽에는 잔잔한 호수가 끝없이 이어졌고, 다른 한쪽에는 웅장한 산맥이 우뚝 서 있었다. 걷다 보면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곤 했는데, 고개를 돌리면 흰 꼬리 사슴이나 빨간 여우가 조심스럽게 나타나곤 했다. 그런 순간마다 나는 자연의 세계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곳의 모든 것이 자유롭고 조화로웠다. 인간은 단지 손님일 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트레일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드디어 전망대가 나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어 올리자, 한 폭의 거대한 그림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발아래에는 투 메디슨 호수가 고요히 자리하고 있었고, 그 너머로는 산맥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 풍경 속에 빠져들었다. 자연의 웅장함과 내가 서 있는 작은 점이 어우러져 묘한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트레일을 따라 내려오며 돌아보니, 나를 둘러싼 자연은 나를 치유하고, 내게 쉼을 주었다. 바람 한 점, 꽃 한 송이, 호수의 잔물결 하나까지도 내게 특별한 순간으로 다가왔다. 투 메디슨에서의 하이킹은 발걸음으로 경험한 자연의 선물이자, 마음 깊은 곳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한 편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