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acier 국립공원
Glacier 국립공원 I로건 패스 (Logan Pass)에서 시작되는 하이라인 트레일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특별한 여정을 선사했다. 좁고 가파른 산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엄한 풍경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산과 계곡이 이어지는 그 길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지만, 걸을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했다. 길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분이었다.
첫 발을 내디딜 때부터 주변의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듯했다. 하늘 가까이 솟은 산봉우리, 굽이치는 계곡,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까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경이로웠고, 그 아래로 흐르는 작은 계곡과 시냇물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이곳에서 부는 바람은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듯 시원했고, 어디에서나 느껴지는 자연의 맑음은 걷는 내내 나를 감싸주었다.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좁은 절벽을 따라 걷던 구간이었다. 발밑으로 펼쳐진 깊은 계곡을 내려다보니 어지럽고 아찔했지만, 동시에 그 풍경의 웅장함에 넋을 잃었다. 계곡 속 물줄기는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났고, 절벽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나를 겁내게 하면서도,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긴장 속에서도 자연이 만들어낸 이 압도적인 풍경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걷는 동안 발걸음을 멈출 때마다 새로운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카메라에 담기엔 너무나도 광활하고 섬세한 풍경이었다.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마음으로 기억하는 것이 이 순간을 더 생생하게 간직할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트레일 위에서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된 듯한 감각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트레일 끝에 도달했을 때, 이 길 위에서 보낸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 깨달았다. 하이라인 트레일은 단순히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스릴과 고요, 그리고 경외심이 조화를 이루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길이었다. 자연의 거대함 속에서 느낀 겸손함과 감사함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