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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함께 가는 길, 그리고 Redrock Falls

by lee nam

l. 남편과 함께 레드락 폭포(Redrock Falls)를 향한 여정은 기대와 더위가 뒤섞인 하나의 모험이었다. 스위프트커런트 트레일(Swiftcurrent Trail)의 초입은 비교적 평탄하고 쉬운 길처럼 보였지만, 점점 이어지는 뜨거운 햇살과 먼 거리로 인해 걸음은 무거워졌다. 우리는 걷다 몇 번씩 멈추어 물을 마시고 땀을 닦았다. 이쯤에서 포기하고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남편이 건넨 “조금만 더 가보자”는 말은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은 더 깊이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


트레일을 따라 걸으면서 길가에 핀 들꽃들이 우리의 피곤을 잊게 해 주었다. 남편은 길 위에 나타나는 사소한 것들—들꽃, 나비,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바람이 산을 타고 불어와 우리의 땀을 식혀 주었고, 드넓은 초원과 그 뒤로 장엄하게 솟아 있는 산들은 우리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걷는 도중 산양이 숲길 옆으로 지나가는 모습을 함께 목격했을 때, 남편과 나는 눈빛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 길을 걷는 또 다른 기쁨이었다.


멀리서 폭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남편과 나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침내 도착한 레드락 폭포는 모든 피곤을 잊게 만들 만큼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붉은 바위를 타고 쏟아지는 하얀 물줄기는 햇빛 아래에서 반짝이며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생동감을 드러냈다. 폭포 가까이에 다가가 물안개를 맞으며 한숨 돌렸을 때, 남편이 “여기까지 오길 정말 잘했다”라고 속삭였다. 그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걷고, 함께 도달한 이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과 평화를 안겨주었다.


우리는 폭포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었다. 남편은 주변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고, 나는 폭포 아래 물에 손을 담그며 시원함을 즐겼다. 물안개가 얼굴에 닿을 때마다 그 상쾌함은 더위에 지친 몸을 새롭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나란히 앉아 폭포를 바라보며 이야기할 때, 그 순간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선명히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남편과 나는 처음보다 훨씬 가벼운 발걸음으로 트레일을 걸었다. 더위와 피로를 감내하며 도달한 레드락 폭포는 그저 풍경 이상의 의미를 선사했다. 함께 걷고, 함께 쉬고, 함께 그 순간을 공유했던 경험은 우리가 자연과 또 서로에게 더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했다. 남편과 나는 폭포의 물소리와 빛나는 물방울들을 추억하며, 이 여정이 우리에게 준 특별한 선물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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