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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하이라인 Trail, 고산지대의 스릴과 평화

Glacier 국립공원

by lee nam

Glacier 국립공원 로건 패스에서 시작되는 하이라인 트레일은 걷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웅장한 자연이 내게 말을 걸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봉우리와 멀리까지 펼쳐진 초원이 한눈에 들어왔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고산지대의 바람은 나를 자연의 중심으로 이끌었다. 걷는 내내, 이곳의 모든 풍경은 끊임없이 변하며 나를 놀라게 했다. 우뚝 솟은 산과 깊은 협곡,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들은 마치 나만을 위한 길처럼 느껴졌다.


하이라인 트레일은 단순히 걷는 하이킹 코스가 아니었다. 길가에 피어난 고산 식물들은 작은 들꽃까지도 생동감이 넘쳤고,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때로는 좁고 가파른 길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나는 이곳의 경이로운 풍경에 몰입했다. 하늘을 향해 뻗은 산봉우리를 올려다보고, 저 아래 협곡을 내려다보며 발을 내딛는 순간마다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트레일에서 가장 스릴 넘치는 구간은 절벽 옆을 따라가는 좁은 길이었다. 이곳은 “클리프 워크”라 불리며, 걷는 내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왼쪽은 절벽 벽이, 오른쪽은 깊은 협곡이 펼쳐져 있어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좁은 길 위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협곡 아래로 펼쳐진 장엄한 풍경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순간 나는 자연과 더 깊이 연결된 듯한 평온함을 느꼈다. 높고 아찔한 길을 걸으며 느낀 스릴은 일상의 모든 걱정을 잊게 만들었다.


이 트레일에서 만난 야생 동물들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멀리 산등성이를 오르는 산양, 길 옆에서 조용히 먹이를 찾는 사슴, 그리고 머리 위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새들은 자연의 생동감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동물들과의 우연한 만남은 마치 이 길 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자연 속에서 그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하이라인 트레일의 끝에 다다랐을 때, 나는 이곳이 단순히 하이킹 코스가 아닌,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 특별한 장소임을 깨달았다. 절벽을 따라 걷는 아찔한 순간, 고요한 고산지대에서 마주한 평화, 그리고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풍경들은 내 안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시 한번 자연의 위대함 속에서 나를 찾은 이 여정은 내 삶 속에 오래도록 남을 기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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