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늙어간다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일까? 한때는 그것이 두려움 그 자체로 느껴졌다. 몸의 힘이 약해지고, 얼굴엔 주름이 하나둘 새겨지는 일, 더 이상 젊음의 에너지가 나를 채우지 않는다는 사실이 말이다. 하지만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이 모든 변화가 꼭 상실로만 느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늙어가는 과정은 두려움이 아닌 젊은 날에는 앞만 보며 달리느라 놓쳐버린 것들이 많았다. 나의 세계는 늘 커다란 목표들로 채워졌고, 그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동안 작은 기쁨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뜨는 햇살의 따스함, 커피 한 잔에서 느껴지는 여유, 친구와의 짧은 대화에서 오는 위로 같은 것들 말이다. 그때는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는 작고 사소한 것들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늙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삶의 속도를 늦추라는 자연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천천히 걸으면서 발밑의 풀잎을 보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품으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삶은 잃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물론, 긍정적으로 늙어간다는 것이 항상 쉬운 일은 아니다. 가끔은 불현듯 찾아오는 아쉬움이 있다. 더는 예전처럼 오래 걷지 못하는 나 자신이 속상하고, 잊고 싶어도 기억이 흐릿해지는 순간이 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나는 어떤 새로운 것을 보고 있지?” 그러면 늘 답은 주변의 사소한 아름다움에서 찾아온다. 찬 바람이 불어도 따뜻한 코트를 걸치고 나가 만나는 겨울 하늘, 사랑하는 이가 내미는 작은 배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떠오르는 오래된 추억들.
ㅍㅍ긍정적 사고방식은 삶을 새롭게 사랑하는 힘을 준다. 잃어가는 것들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삶은 서서히 작아지겠지만, 반대로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길 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여전히 사랑과 감사를 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늙어간다는 것은 결국 내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의 선택이다. 과거의 젊음을 그리워하며 멈춰 있을 수도 있고,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도 있다. 나는 후자를 선택하고 싶다. 더디지만 단단하게 걸어가며, 남아 있는 날들을 더 진하게 살아가고 싶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 안의 작은 기쁨들을 하나씩 발견하며. 결국, 늙어가는 것도 삶의 한 과정일 뿐, 우리가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