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디아서 2장 20절 (개역개정):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어느 한 여름날, 정원을 돌보다가 문득 오래된 잡초들을 발견한 적이 있다. 보기에는 한두 개뿐인 듯했지만 뿌리는 깊고 주변 흙에까지 퍼져 있었다. 잡초를 뽑아내는 데는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내가 소중히 키운 꽃들도 잠시 손상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뿌리를 제거하고 나니 흙이 다시 정화되고 꽃이 더 자유롭게 자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이 작은 경험이 내 안에 남아 있는 고집과 자존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며 자신도 모르게 마음 깊은 곳에 고집과 자존심이라는 잡초를 심곤 한다. 그 잡초는 처음에는 사소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뿌리가 깊어지고 우리 삶을 조종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다툼을 일으키고, 무엇보다도 우리를 진정한 평안과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특히 신앙생활에서, 내 뜻과 자존심을 붙잡고 있는 한, 십자가의 은혜와 주님이 주시는 평안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점에서 성경 속 사도 바울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과거의 자아, 즉 율법주의와 자기 의로움을 내려놓기까지 긴 시간을 걸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라고 고백하며, 자아를 버릴 때 참된 기쁨과 자유를 경험했다고 기록한다. 이는 단순히 신학적인 선언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훈이다.
개인적으로, 내 안에 남아 있던 옛 자아를 직면한 순간이 떠오른다. 고집과 자존심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건이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 문제를 놓고 기도하며 십자가 앞에 내려놓았고, 그때 비로소 마음이 녹아내리는 평안을 느꼈다. 그 평안은 나의 노력이나 지혜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연합되어 그분이 부어주신 선물이었다. 내가 과거의 나를 고집하고 있었다면 결코 누릴 수 없는 은혜였다.
십자가는 단순히 고난의 상징이 아니라,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이끄는 문이다. 그 문을 통과하며 옛 자아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참된 행복과 평안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부족하고 실수하겠지만, 예수님과 연합될 때 그 부족함이 채워진다. 오늘도 내 마음속 깊은 뿌리를 뽑아내며, 온전히 주님이 주시는 평안 속에서 살아가길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