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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50년 만의 재회

by lee nam

졸업 후 50년, 각자의 인생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지만 우정만큼은 여전히 단단했다. 오랜 꿈이었던 재회를 실현하고자, 우리는 미국 전역에서 엘에이로 모여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떠나기로 했다. 공항에서 만난 우리는 서로를 반갑게 끌어안았고,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어느새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우리 여행의 시작은, 각자가 준비해 온 음식으로 꾸민 특별한 저녁 만찬이었다.


에어비앤비에 도착하자마자, 각자가 가져온 음식 재료들이 주방을 가득 채웠다. 엘에이 갈비를 준비해 온 친구, 떡국 떡과 육수를 가져온 친구, 김치와 반찬을 챙겨 온 친구까지—서로 다른 곳에서 모였지만 모든 손길이 하나가 되어 만찬 준비가 시작되었다. 떡국이 보글보글 끓고, 갈비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며 주방은 고소한 향으로 가득 찼다. 그곳은 마치 우리 우정의 또 다른 표현처럼, 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어도 하나로 어우러지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저녁 식사가 완성되었을 때, 우리는 마치 작은 축제에 초대된 기분이었다. 오랜 근황을 나누며 구수한 떡국과 진한 갈비 맛을 즐기던 순간, 고등학교 시절 함께 나누던 평범한 점심시간마저 그리워졌다. 이 식탁 위 모든 것은 정성과 우정으로 가득했고, 우리는 서로가 인생의 소중한 일부임을 새삼 깨달았다.


다음 날, 마침내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햇살이 사막을 비추며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푸른 하늘 아래 조슈아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었다. 바위산은 붉고 황금빛을 띠며 장엄하게 펼쳐져 있었고, 사막을 스치는 바람은 고요하고 평온했다. 그 풍경은 마치 우리 우정을 상징하듯 거칠고도 아름다웠다.


조슈아 트리의 고독하면서도 경이로운 풍경 속에서 우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사막의 고요 속에 자리한 나무와 바위들처럼, 각자 인생에서 외로운 순간들을 마주했지만, 함께 서 있는 지금은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찍은 사진과 나눈 대화 속에서 우리는 따스함을 느꼈고, 그 감정이 우리를 더욱 하나로 묶어주었다.


이곳에서 나눈 순간들은 우리 인생의 또 하나의 장이 되었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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