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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우주의 비밀을 캐는 시인

by lee nam

시인은 세상을 탐구하는 존재다. 그의 눈에는 평범한 일상조차도 감춰진 이야기를 품고 있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새벽안갯속에 희미하게 빛나는 별들, 심지어 한숨처럼 가라앉은 침묵 속에서도 그는 우주의 비밀을 발견한다. 이러한 발견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는다. 시인은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 속에서 삶의 본질을 끄집어내어 우리 앞에 내민다.


내가 만난 한 시인은, 오랜 침묵 끝에 자신만의 방식을 고백한 적이 있다. 그는 종종 텃밭에서 흙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는 그의 행동이 하찮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곳에서 생명의 비밀을 찾고 있었다. “이 흙 속에는 나의 과거와 미래가 함께 있다”며, 그는 작은 씨앗 하나가 자라나는 과정을 보고 글을 썼다. 그의 시는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 우리가 살면서 놓치는 본질적인 연결고리를 상기시켰다.


시인이 우주의 비밀을 캐내는 방식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깊은 공감이다. 겨울바람이 모든 생명을 얼어붙게 만든 듯한 순간에도, 시인은 흙 속에 숨겨진 따뜻한 봄의 기운을 느낀다. 그의 시는 이렇게 시간과 계절의 흐름, 그리고 우리 삶의 순환을 비추며 우리가 잊고 지낸 감각을 깨운다. 시인이 발견한 진실은 특별하지 않지만, 그의 언어로 다시 태어날 때 우리는 그 진실을 새롭게 받아들인다.


시인의 글은 독자에게 자신만의 우주를 탐구하도록 영감을 준다. 오래된 돌멩이, 바다의 파도, 또는 텃밭에서 발견한 작은 풀 한 포기에도 우리는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게 시인은 우리가 그동안 지나쳤던 것들을 보게 하고, 느끼게 한다. 그의 시는 단순한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일상과 우주를 잇는 다리인 것이다.


결국, 시인이 우주의 비밀을 캐낸다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열린 마음을 의미한다. 그 마음은 우리가 눈을 돌렸던 평범함에서 새로운 빛을 발견하게 한다. 시인의 작업은 독자가 자신의 삶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도록 돕는 것이다. 이렇게 시를 통해 우리는 우주와 연결되고, 우리의 마음속에도 비밀의 씨앗이 심겨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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