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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고요의 바다, 나만의 시간

by lee nam

고요의 바다는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있다.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찾아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고요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와 같다. 거기서는 외부의 소음도, 끝없이 울리는 전화도 없다. 대신 내면 깊은 곳에서 조용히 솟아오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 고요 속에서 글쓰기는 더욱 빛난다. 글쓰기는 세상의 복잡함을 정리하고, 자신을 마주하게 해주는 가장 솔직한 도구다.


ㅍ어느 날 오후, 나는 혼자 텃밭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손끝에서 흙을 고르며 어린 채소들을 바라보던 순간, 문득 어린 시절 어머니와 밭에서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흙이 부드러워야 모든 것이 잘 자란다.” 그 말은 단순한 농사 기술의 가르침이 아니었다. 마음을 부드럽게 하는 법, 나만의 고요를 찾는 법을 어머니는 이미 알고 계셨던 것이다. 그때 나는 텃밭에서 흙을 만지며 잊고 있던 나만의 고요를 찾았다.


글쓰기의 시간은 마치 고요의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물고기는 금방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고요 속에서 나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과 이미지를 붙잡는다. 가끔은 물속 깊이 감춰져 있던 오래된 기억이 느닷없이 떠오른다. 그것은 마치 보물을 건져 올리듯, 내 안에 감춰져 있던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ㅍㅍ고요의 바다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단지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과 대화하며 삶의 본질을 발견하는 작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한 문장, 한 단어를 적어 내려가는 단순한 행위에서 시작한다. 텅 빈 종이를 채워가며 우리는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풍경을 탐험한다.


삶의 고요한 바다는 언제나 열려 있다. 하지만 그 바다를 찾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글쓰기를 통해 그곳으로 떠나는 것은, 세상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다시 만나는 과정이다. 이 고요의 바다에서, 우리는 나만의 시간을 되찾고, 글로써 세상에 새로운 빛을 비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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