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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oem2

사진으로 드리는 성묘

by lee nam

이국땅에 정착한 지 수십 년

고향 산소를 찾아가던 길이

이젠 희미해진다.

어릴 적, 아버지 손잡고

비탈진 산길을 따라

조상님께 절을 올리던 그 풍경,

바람에 흩날리던 나뭇잎 소리가

귀에 선명히 남아 있다.


하지만 오늘은

모니터 앞에 홀로 앉아

사진 속 묘지를 바라본다.

푸른 하늘과 조상의 미소도

화면 너머로만 닿을 뿐,

바람 한 점 없는 방 안에서

나 홀로 그리움에 젖는다.


제상도 이제는 손으로 차리지 못하고,

온라인 사진 속에 담긴 음식들,

정성스레 올렸지만

텅 빈 마음이 더 허전할 뿐이다.

예전엔 송편을 직접 만들어

향기 가득한 상을 차려드렸는데,

이제 그 향은 기억 속에서만 피어난다.


"여기 있습니다,

잊지 않았습니다."

말을 건네지만,

조상님을 향한 그리움이

더 깊어져만 가는 오늘.


산소의 흙냄새와

바람에 실린 나뭇잎 소리를

더 이상 느낄 수 없지만,

이 먼 타국에서라도

사진으로나마 당신을 뵙고,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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