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땅에 정착한 지 수십 년
고향 산소를 찾아가던 길이
이젠 희미해진다.
어릴 적, 아버지 손잡고
비탈진 산길을 따라
조상님께 절을 올리던 그 풍경,
바람에 흩날리던 나뭇잎 소리가
귀에 선명히 남아 있다.
하지만 오늘은
모니터 앞에 홀로 앉아
사진 속 묘지를 바라본다.
푸른 하늘과 조상의 미소도
화면 너머로만 닿을 뿐,
바람 한 점 없는 방 안에서
나 홀로 그리움에 젖는다.
제상도 이제는 손으로 차리지 못하고,
온라인 사진 속에 담긴 음식들,
정성스레 올렸지만
텅 빈 마음이 더 허전할 뿐이다.
예전엔 송편을 직접 만들어
향기 가득한 상을 차려드렸는데,
이제 그 향은 기억 속에서만 피어난다.
"여기 있습니다,
잊지 않았습니다."
말을 건네지만,
조상님을 향한 그리움이
더 깊어져만 가는 오늘.
산소의 흙냄새와
바람에 실린 나뭇잎 소리를
더 이상 느낄 수 없지만,
이 먼 타국에서라도
사진으로나마 당신을 뵙고,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