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민을 온 지 삼십칠 년이 지났다. 그때의 나는 불확실하고 힘든 상황 속에 있었다. 새로운 나라에서의 삶은 마치 썰물에 갇힌 배처럼 고립된 느낌을 주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내 삶의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언어 장벽, 문화 차이, 직장 생활에서의 어려움, 무엇 하나 순조롭지 않았다. 일상은 끝없이 반복되는 도전과 시련의 연속이었고, 때로는 이곳에서 나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때 나는 어느 날 우연히 읽게 된 한 문장이 떠올랐다. 그것은 내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겪은 가장 큰 고비를 넘고 나서, 다시 한번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깨닫게 된 진리였다. 바로 카네기의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라는 이야기였다. 썰물에 갇혀 있는 배를 그린 그림과 함께, 그 문장은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내가 처한 상황은 그 그림 속 배처럼 고립되어 있었지만, 결국 언젠가는 다시 밀물이 밀려올 것이라는 믿음이 내 안에 새겨졌다.
미국에 와서 처음 몇 년간은 매일같이 서툴고 외로운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을 견뎌내면서 조금씩 내가 준비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썰물에 빠진 배가 기다리듯, 내 삶도 언젠가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희망이 마음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내 영어 실력도 조금씩 향상되었고, 직장에서도 조금씩 나의 위치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점차 나에게 주어진 기회들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다림이 항상 쉽지만은 않았다. 때때로 나는 자신감이 떨어지고, 내가 이곳에서 뚜렷한 성과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주변에는 성공적인 이민자들이 많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밀물 때가 온다’는 문장을 떠올리며, 지금은 힘들지만 결국 나도 그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 기다림 속에서 나는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실패하고 좌절할 때마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다지기 위해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려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밀물’이 찾아왔음을 느꼈다. 내가 그동안 기다린 기회가 결국 나에게 찾아왔고, 나는 그 순간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직장에서도 성공적으로 잘 적응했고, 새로운 인간관계도 넓혀졌다. 내가 겪은 어려움과 기다림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밀물이 오기까지의 시간이 내게 필요한 준비와 성장을 위한 시간이었고, 나는 그 과정을 통해 더욱 강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인생은 결국 밀물과 썰물의 반복이다. 그리고 그 밀물이 오기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준비시키고, 기다려야 한다.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결국 밀물이 왔을 때 우리의 삶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