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2

돌고 도는 사랑 이야기

by lee nam

어느 날, 한 남편이 지폐 몇 장을 꺼내 아내의 손에 쥐여 주었다. 그는 지쳐 보이는 아내를 걱정하며 “음료수라도 사 드세요”라는 다정한 말을 건넸다. 아내는 그 돈을 받으며 미소 지었지만, 동시에 마음이 찡해졌다. “여보, 나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라고 답했지만, 그 속에는 남편을 안심시키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며칠 뒤, 아내는 남편에게 받은 돈을 시아버지께 드렸다. “아버님, 제대로 용돈 한 번 못 드려서 죄송해요. 이걸로 노인정에서 다른 분들과 시원한 음료수라도 사 드세요.”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따뜻한 배려에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그날 하루를 노인정에서 며느리 자랑으로 보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돈을 바로 쓰지 않고 방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다. 그 돈은 단순한 지폐가 아니라 며느리의 정성과 마음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명절이 되자, 손녀가 세배를 하러 왔다. 기분이 좋아진 할아버지는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돈을 꺼내 손녀에게 건넸다. “우리 손녀, 새해에도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거라.” 손녀는 세뱃돈을 받고 기뻐하며 엄마에게 달려가 자랑했다. “엄마, 나 세뱃돈 받았어요! 나중에 엄마가 가방 사줘요.” 아이의 환한 얼굴을 본 엄마는 문득 요즘 무척 지쳐 보이는 남편이 떠올랐다.


그날 밤, 아내는 손녀가 받은 세뱃돈을 남편의 주머니에 넣으며 짧은 쪽지 하나를 함께 남겼다. “여보, 뭐라도 사 드세요. 힘내고, 사랑해요.” 그 돈은 다시 남편의 손에 돌아갔지만, 이제는 단순한 돈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사랑과 마음이 담긴 선물이 되어 있었다.


이 작은 돈은 가족 사이를 돌고 돌며 서로의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금액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 돈에는 배려와 감사, 그리고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 이야기는 사랑이란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는 진리를 가르쳐준다. 우리가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 삶은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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