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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글쓰기가 막힐 때

by lee nam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는데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은데, 막상 단 한 문장도 떠오르지 않는다. 키보드 위에 얹은 손가락은 멈춰 있고,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가지만 구체적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럴 때면 글쓰기가 커다란 산처럼 느껴진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만큼 높고 가파르다. 한 발 내딛는 것조차 두려운 이 상태는 답답함을 넘어 나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글이 막힌 그 순간조차도 나는 글쓰기의 여정을 계속 걸어가고 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글이 막혔을 때는 억지로 무언가를 짜내려 하기보다 잠시 멈추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얽혀 있는지, 마음속에 쌓인 감정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때로는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 커서 나를 압박할 때도 있고, 반대로 내 안에 무언가를 채우지 못해 막히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런 순간에 짧은 산책을 나가거나 음악을 들으며 복잡했던 머릿속을 비우려 한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보며 생각을 흘려보내는 동안, 신기하게도 글이 다시 흐름을 찾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히 글이 막히는 이유는 완벽함에 대한 강박 때문이다. 처음부터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스스로 가두는 벽이 된다. 한 문장을 쓰고 다시 고치며, 결국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때에는 완벽함을 내려놓고, 단어를 자유롭게 흩뿌리듯 적어보는 연습을 한다. 주제가 조금 비껴 나도, 단어가 어설퍼도 괜찮다. 첫 문장은 아무리 허술해 보여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글을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첫 단추를 꿰는 용기를 내는 것, 그것이 글쓰기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다.


또한, 글이 막힐 때는 내가 너무 좁은 관점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기도 한다.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만 쓰려고 하다 보면 곧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시각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거나, 의외의 곳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도 한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넓게 바라보는 여유를 가지면 막혔던 글의 길이 다시 열리곤 한다.


글이 막힌 순간은 나에게 주어진 배움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왜 글을 쓰고자 했는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되돌아볼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 막힘 속에서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막힌 길은 돌아가도 되고, 천천히 뚫고 나가도 된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막힘과 답답함 속에서도 나는 계속 글의 여정을 걸어간다. 그리고 언젠가 막힌 길 끝에서,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완성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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