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성격이 더욱 뚜렷해진다고들 한다. 나 역시 젊었을 때보다 고집이 강해졌고, 사소한 것에도 트집을 잡는 순간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일도 마음에 걸리고, 남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예전 같지 않게 신경 쓰이곤 한다.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 ‘트집이’와 ‘고집이’라는 두 친구가 자리를 잡고, 나를 조종하는 것만 같다.
트집이는 참 깐깐하다. 누군가 내 방식과 다르게 일을 하면 못마땅하고, 작은 실수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가족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에도 괜히 신경이 쓰이고, 예전에는 웃어넘겼을 일에도 날이 선다. “요즘 사람들은 왜 이렇게 버릇이 없어?”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트집이는 내 입을 통해 불쑥불쑥 불평을 내뱉게 만든다. 하지만 한참 후 돌아보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굴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집이는 더 강력하다. 내 방식이 맞다는 생각이 들면 쉽게 양보할 수가 없다.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을 가져와도 “예전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며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내 의견과 다르게 행동하면 괜히 서운하고, 내 말대로 해주지 않으면 속이 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과연 옳기만 한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트집이 와 고집이는 원래부터 내 안에 있었던 친구들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러나 그들이 전부는 아니다. 오랜 세월 살아오며 쌓인 경험과 지혜, 그리고 이해심도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중요한 것은 트집이 와 고집이에 휘둘리지 않고, 지혜로운 노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제는 트집이 와 고집 이를 너무 앞세우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좀 더 너그러워지고, 열린 마음을 가지려 노력한다. 젊은 시절, 나도 실수하며 배웠고, 나만의 고집을 부린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나보다 젊은 이들에게 배울 줄도 알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트집이 와 고집이 가 아니라, 따뜻함과 유연함을 내 삶의 동반자로 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