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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변화의 문턱에서

by lee nam

작년 연말에, 14년 동안 익숙했던 우체국이 문을 닫았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우체국으로 옮겨갔다. 오랜 세월 함께했던 동료들과의 작별, 손에 익은 업무 환경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우체국까지 집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이었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졌고, 근무 시간도 달라졌다. 아침 7시에 시작하던 하루가 오후 3시에 시작되어 밤 11시 반에 끝났다. 집에 도착하면 새벽 1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드는 것도 버거웠다. 변화는 예상보다 더 버겁고 낯설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동료들은 이미 오래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고, 나는 그들 사이에 끼어든 이방인이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시선 속에서 알 수 없는 벽을 느꼈다. 텃세라고 해야 할까. 물론 겉으로는 친절했지만, 무언의 거리감이 분명히 존재했다. 낯선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나는 혼자 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피곤이 쌓인 상태에서 이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곳은 이제 나의 새로운 일터였고, 적응하는 것만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었다. 나는 내가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 보기로 했다. 나는 동료들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이고, 쉬는 시간이나 식사 시간에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트려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나의 노력이 통하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나를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을 뿐이었다. 함께 일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자연스럽게 섞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동료들의 문화를 존중하며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원했다. 한편으로는 나도 나만의 색깔을 잃지 않고 그들에게 스며들어 가야 했다. 인내와 열린 마음이 결국 벽을 허무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이제 한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이곳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여전히 늦지만, 조금씩 생활 패턴을 조정해 가고 있다. 처음의 막막함과 외로움은 사라졌고,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편안해지고 있다. 텃세라고 생각했던 것은 어쩌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뿐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작과 적응의 교차점에서 나는 또 한 번 성장했고, 이 경험은 앞으로도 나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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