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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긴장과 성찰의 시간

by lee nam

건강검진 날짜가 다가올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복잡해진다. 별일 없을 거라면서도,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나이를 먹을수록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되니, 작은 증상 하나에도 괜히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건강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병원으로 향했다.


대기실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여기저기서 초조한 기색이 엿보인다. 누군가는 다리를 떨고, 또 누군가는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하면서도 내용은 제대로 보지 않는 눈치다. 나도 괜히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곧 내 이름이 불릴 것이다.


“다음 분, 들어오세요.”


초음파 검사실로 들어가자 의사는 차가운 젤을 배 위에 발랐다. 검사가 시작되었지만,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의사의 표정을 보니 괜히 긴장된다. 혹시라도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한 게 아닐까? 말없이 화면을 조정하는 손길이 더 조심스러워 보이는 것 같고, 괜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다.


“간 기능, 정상입니다.”


그 짧은 말 한마디에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음에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넘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 검진을 계기로 내 생활을 한 번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병원을 나오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고, 시원한 바람이 살랑거렸다. 별거 아닌 하루처럼 보이지만, 이런 평범한 순간이 주어지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건강검진은 늘 긴장되지만, 덕분에 내 몸을 더 신경 쓰게 되고, 사소한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도 생긴다.


조금 더 잘 먹고, 조금 더 잘 쉬고, 조금 더 몸을 아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병원을 나섰다. 오늘도 무사히 그렇게 하루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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