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표면의 71%는 물로 덮여 있다. 그러나 그 방대한 물의 양 중 97% 이상은 염수로, 마실 수 있는 담수는 고작 2.5%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빙하 속에 갇혀 있어, 우리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한정적이고 소중한 존재임에도 물은 모든 생명체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물은 형태도, 색도 없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모든 생명을 지키고 살려낸다. 메마른 땅을 적셔 새싹을 틔우고, 갈증에 허덕이던 존재들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마른 나뭇가지가 물을 만나 다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물은 희망을 만들어낸다. 물처럼 산다는 것은 드러냄보다는 채움의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도 물처럼 누군가의 목마름을 알아채고, 그 갈증을 채워줄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일까.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른다. 스스로를 높이려 하지 않으면서도 그 낮은 자리에서 생명을 품는다. 그것이 물의 겸손이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땅속으로 스며들고, 때로는 강한 흐름으로 길을 만들어낸다. 상황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지만, 본질은 잃지 않는다. 물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고집을 내려놓고 변화와 순응 속에서 더 큰 의미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또한 물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장애물이 앞을 막아도 돌아가며 새로운 길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물은 부딪히고, 갈라지고, 때로는 증발하기도 하지만, 결코 그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 삶에도 이런 물의 태도가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결국 더 넓은 세계와 만날 수 있다.
물이 주는 또 다른 깨달음은 투명함이다. 물은 꾸미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런 투명함 속에서 물은 다른 색과 형태를 받아들여 완전히 하나가 된다. 우리도 물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품는다면 삶은 더 자유롭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물은 말없이 주변을 적시고, 필요한 곳에 스며든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생명을 살리고 희망을 전하며 자연스럽게 흐른다. 그것이 물의 지혜이며, 우리가 배우고 싶은 삶의 방식이다. 메마른 땅에 생명을 불어넣고, 말라버린 가지에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는 물의 힘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생명과 희망을 전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다.
삶을 돌아볼 때 물처럼 살아간 흔적이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 할 수 있다. 물은 우리에게 말한다.
“그저 흘러라. 너의 지나가는 길에는 생명이 깃들고, 풍성한 결실이 맺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