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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생각으로 쓰는 세상, 브레인쿼티의 시대

by lee nam

아침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손끝을 바라본다. “QWERTY.” 너무도 익숙한 이 배열은 내가 무심코 입력하는 모든 글자들의 출발점이다. 150년 전 타자기에서 비롯된 이 배열이 오늘날까지 우리 곁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손가락이 아닌, 생각으로 글자를 쓸 수 있는 세상이 곧 올지도 모른다.


메타가 발표한 ‘브레인쿼티’ 기술은 뇌 신호를 읽어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마치 머릿속에서 단어가 흘러나오듯, 생각이 그대로 화면에 나타난다니! 이는 키보드 없이도 글을 쓰는 시대의 서막이 될 수 있다. 상상만 해도 신기하고, 약간은 두렵기도 하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는 문자를 입력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키의 감촉, 글자가 화면에 나타날 때의 작은 성취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사고의 여유. 하지만 생각만으로 글을 쓴다면 어떨까? 머릿속에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니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과연 우리가 그 속도와 효율을 따라갈 수 있을까?


브레인쿼티 기술은 분명 놀라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손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열쇠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술이 가져올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릿속의 생각이 곧 글자가 된다면, 우리는 더 깊이 생각할 시간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 너무 쉽게, 너무 빠르게 전달되는 생각들은 그만큼 가벼워질 위험도 있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은 늘 양날의 검이다. 브레인쿼티가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도구가 될지, 아니면 우리의 사생활과 내면마저 감시의 대상이 되는 도구로 전락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머릿속 깊은 곳에 있는 생각마저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다는 상상은 섬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레인쿼티는 인류의 또 다른 진보를 의미한다. 새로운 기술은 늘 낯설고, 때로는 두렵다. 그러나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기회가 될 수도,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지금도 나는 QWERTY 자판 위를 손가락으로 더듬고 ㅑ있다. 이 낡은 배열은 어쩌면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손끝에서 생각으로, 그리고 또 다른 무엇으로 글을 쓰는 방식이 바뀌더라도,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브레인쿼티가 열어줄 새로운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나는 두 손을 멈추고, 조용히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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