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오래 닫아둔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갇혀 있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고, 신선한 바람이 방 안을 채울 때의 상쾌함이 좋다. 내 마음도 그렇다. 감정과 기억이 쌓여 답답할 때,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일은 막힌 마음에 바람을 통하게 하고, 꽉 닫힌 감정의 창을 여는 일이다.
살면서 누구나 가슴 한편에 눌러둔 이야기가 있다. 말하지 못한 슬픔, 끝내 풀지 못한 오해, 전할 수 없는 그리움 같은 것들. 시간 속에 묻어두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지만, 감정은 묵힌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깊숙이 가라앉아 우리를 더 힘들게 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글을 쓴다. 글로써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나면, 서서히 숨통이 트인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나는 병상에 있어서 한국에 갈 수 없었다.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슬픔이 가슴 한편에 응어리처럼 남았다.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그 마음을 나는 글로 적기 시작했다. 글을 쓰며 어머니와 나누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내 안에 깊이 자리한 그리움을 마주했다. 그러자 비로소 내 감정이 선명해졌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내 슬픔을 정리할 수 있었고,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위로를 받았다. 가끔 어머니가 보고 싶고 그리워질 때, 그분과의 추억을 끄집어내어 글로 표현하다 보면 감정이 풀리고 마음에 안정감이 찾아온다.
글쓰기는 나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을 경험하지만, 정작 그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은 많지 않다. 글을 쓰다 보면 왜 화가 났는지, 무엇이 두려운지, 어떤 순간이 나를 행복하게 했는지를 조금씩 알게 된다. 때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들이 단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는 법을 배운다.
또한 글쓰기는 타인과의 소통이기도 하다. 내가 적은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우리는 문학을 읽으며 감동을 받듯, 누군가의 진솔한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기도 한다. 내면의 바람이 나에게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마음에도 닿아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기록일 뿐만 아니라 마음의 창을 열어 바람을 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닫힌 마음을 열고, 갇혀 있던 감정을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 그것이 글이 가진 힘이고,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