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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어머니의 궤종시계

by lee nam

어머니의 하루는 닭 울음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시골의 새벽은 유난히 고요했지만, 닭 울음이 울려 퍼지는 순간, 하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나는 중학교에 다니기 위해 읍내까지 스무 리 길을 걸어 다녔다. 학교에 가려면 동이 트기 전에 집을 나서야 했고, 어머니는 그보다 먼저 일어나 나를 위한 아침을 준비하셨다. 밥 짓는 냄새가 부엌에서 피어오르면, 나는 이불속에서 얕은 잠을 깼다. 솥뚜껑 위에는 어머니가 미리 덥혀 놓은 양말이 올려져 있었고,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그것을 신고 학교 갈 채비를 했다.


어머니에게 닭 울음소리는 단순한 자연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신호였고, 마치 알람시계처럼 어머니를 깨우는 역할을 했다. 새벽 공기가 차가운 날에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도 어머니는 닭 울음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셨다. 아버지께서 광주에 가시는 날이면, 첫닭이 울기도 전에 일어나셨다. 새벽길을 떠나야 하는 아버지를 위해 다려 놓은 한복과 두루마기를 준비하고, 정성스럽게 아침밥을 차리셨다. 평소보다 더 일찍 피어오르는 부엌의 연기는 어머니의 부지런함을 닮아 있었다.


나를 위한 준비는 둘째 닭이 울 때부터 시작되었다. 첫닭이 아버지를 깨우는 소리였다면, 둘째 닭의 울음은 나를 위한 신호였다. 어머니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도시락을 싼 후, 나를 조용히 깨우셨다.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나면, 이미 부엌에는 따뜻한 밥과 국이 차려져 있었다. 때로는 더 자고 싶은 마음에 눈을 비비며 불평하기도 했지만, 어머니는 늘 다정한 목소리로 “밥부터 먹어야 힘이 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시절, 시간은 자연과 함께 흘렀다. 시계가 흔치 않던 마을에서는 닭 울음소리로 새벽을 알았고, 해가 저물면 하루를 마무리했다. 시간은 시곗바늘이 아닌 자연의 흐름에 따라 흘러갔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해가 중천에 뜨면 점심을 먹었고, 저녁놀을 보면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에게 닭 울음소리는 단순한 울음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하루를 준비하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닭 울음이 들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벽시계와 휴대전화가 시간을 알리고, 사람들은 자연의 리듬이 아니라 전자음에 맞춰 하루를 시작한다. 나 또한 이제는 시계를 보며 하루를 계획하고, 알람 소리에 맞춰 아침을 시작하지만, 가끔 새벽녘이면 어머니가 차려주신 따뜻한 밥상과 솥뚜껑 위에서 데워진 양말의 온기가 떠오른다. 닭 울음과 함께 열렸던 그 시절의 아침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어머니의 새벽은 언제나 가족을 위한 시간이었고, 닭 울음은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을 깨우는 신호였다. 이제는 닭 울음이 아닌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하루를 시작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어머니의 새벽과 그 닭 울음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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