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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oem3시

한 그루의 시

by lee nam

거친 바람이 몰아치는 들판에

씨앗 하나 묻히고,

가물어 갈라진 땅 위에

낱말 한 줄 떨군다.


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침묵은 더욱 깊어지고,

메마른 시간 속에서

단어들은 뿌리를 내린다.


상처 난 돌틈 사이로

억센 풀잎이 돋아나듯,

고된 삶의 틈바구니에서

시는 쑥쑥 자란다.


고통을 비 삼아 머금고

눈물로 흙을 적시며,

견디고 또 견딘 끝에

마침내 한 그루의 시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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