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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oem3시

봄의 날갯짓

by lee nam

동이 트고

아침 하늘이 열리자

새들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온다.

긴 겨울 침묵을 깨고

나뭇가지마다 떨림이 피어난다.


하늘을 가르는 새떼들

흩어졌다 모이며

빛나는 날갯짓으로

원을 그리며

새봄의 축제를 알려온다.


호수는 햇살을 안아

얼음이 풀리고

마른 잔디 틈새마다

여린 싹들이 올라온다.

바람도 따라 흐르며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어느새 나도

그 흐름에 기대어

마음 한 조각 떼어

바람 가는 길에 실어

푸른 하늘에 날려 본다.

봄날의 비상을 위하여


<시작 노트 >-

겨울이 길었다. 얼어붙은 호수, 메마른 나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조용히 봄을 기다리는 생명들. 하지만 때가 오면 자연은 스스로 깨어난다. 아침 하늘이 열리고, 새들이 노래하며, 세때들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문득 나도 그 흐름 속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는 봄을 맞이하는 자연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나 또한 그 속에서 함께 날아오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새들의 날갯짓은 단순한 비상이 아니라, 새로운 계절의 문을 여는 신호이자 희망의 몸짓이다. 얼어 있던 호수가 햇살을 품고 녹아 흐르듯, 내 마음도 이 봄과 함께 부드럽게 풀어지고 멀리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바람이 가는 길에 내 마음 한 조각을 실어 보내며, 봄날의 비상을 꿈꾼다. 따스한 계절 앞에서 나 역시 다시 한번 가볍게, 높이, 멀리 날아오르고 싶다.


〈봄의 날갯짓〉 기법 분석>

1. 낯설게 하기

• “긴 겨울 침묵을 깨고 나뭇가지마다 떨림이 피어난다.” ‘떨림이 피어난다’는 표현을 사용하여 단순한 새싹의 돋음을 ‘감각적 떨림’으로 변주했다. 겨울의 정적을 깨는 순간이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생명의 떨림’으로 새롭게 인식된다.

• “마음 한 조각 떼어 바람 가는 길에 실어” ‘마음을 떼어 바람에 실어 날린다’는 표현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행위를 시적 상상력으로 풀어내어 낯선 감각을 부여했다.

2. 비유법

• “하늘을 가르는 새떼들 흩어졌다 모이며 빛나는 날갯짓으로 원을 그리며” 새떼의 움직임을 ‘원을 그린다’고 비유하여 자연의 리듬과 조화를 강조했다.

• “호수는 햇살을 안아 얼음이 풀리고” 호수가 햇살을 ‘안는다’는 의인화를 통해 봄의 따뜻한 변화를 부드럽고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 “바람도 따라 흐르며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바람이 ‘숨결을 불어넣는다’고 하여 자연이 생명을 지닌 존재처럼 묘사되었다.

3. 최초의 기억

• “긴 겨울 침묵을 깨고” 겨울이 끝나고 처음으로 새봄을 맞이하는 순간, 자연이 깨어나는 모습은 인간이 세상을 처음 인식하는 순간과 닮아 있다.

• “마른 잔디 틈새마다 여린 싹들이 올라온다.” 봄이 시작되는 가장 원초적인 순간이자, 생명이 처음 움트는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4. 형상화

• “새들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온다.” 바람을 통해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를 청각적으로 형상화했다.

• “푸른 하늘에 날려 본다.” ‘마음 한 조각을 떼어 바람에 실어 하늘로 날린다’는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로, 봄의 자유로움을 형상화했다.

5. 역설법

• “긴 겨울 침묵을 깨고 나뭇가지마다 떨림이 피어난다.” 침묵이 깨진다는 역설적 표현과, ‘떨림이 피어난다’는 감각적 대비를 통해 정적과 생명의 움직임을 동시에 강조했다.

• “봄날의 비상을 위하여.” ‘비상’이라는 단어는 보통 높은 곳으로의 도약을 의미하지만, 이는 단순한 육체적 비상이 아닌 마음의 해방과 희망을 의미하는 상징적 표현이다.


분석 정리

이 시는 자연의 변화와 생명의 역동성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며, 봄이 주는 설렘과 희망을 독창적인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낯설게 하기를 통해 봄의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형상화와 비유를 활용하여 감각적인 봄의 움직임을 그려낸다. 또한, 겨울이 끝난 순간을 생명의 최초 기억과 연결하여 생동감을 더하며, 역설적 표현을 통해 고요함과 생동감의 대조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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