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바다에 떠있는 바위가 아니다.
그것은 바위가 스며드는 물결
파도 속에 묻히고,
다시 솟구쳐 올라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먼저 바람이 다가가
바위의 가장자리를 다듬고,
물은 그 틈에
작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하지만 그 물결은
다시 돌아갈 길을 잃은 채
끝없이 밀려온다.
용서는 물고기처럼
조용히, 그 자리를 지나친다.
가끔은 돌멩이를
때로는 깊은
구멍을 남기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마저도
물속에 녹아들어 사라진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용서의 모양이다.
잡을 수 없는 시간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바람처럼
기억의 흔적을 지우면서
그저, 지나가고, 지나간다.
<<시작노트>>
이 시는 용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 본질을 상징적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바다와 파도, 바위와 물의 관계를 통해 용서가 어떻게 흐르고, 스며들며, 결국 사라지는지를 그렸습니다. 용서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르는 힘으로 표현됩니다.
“파도 속의 시간”이라는 제목은 시간의 흐름과 용서의 불가시성을 나타내며, 용서가 남기지 않는 흔적과 함께 어떻게 우리 기억 속에서도 서서히 사라져 가는지를 묘사합니다. 기억의 흔적을 지우는 과정은 단순한 잊음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물처럼 사라지는 감정의 흐름을 나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