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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oem3시

글친구로 산다는 것

by lee nam

이민자로 살아오면서

낯선 땅에서 길을 잃고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며

하루하루를 넘겨왔다.


눈물과 아픔, 기쁨, 감격, 슬픔 갈등의

실들이 뒤엉켜 있을 때

우리는 그 속에서

다시 한 올 한 올 찾아내는

방법을 배웠다.

우린 그 실을 놓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읽으며

서로 다른 의미를

찾아내기도 하고

그 한 줄에 담긴

다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글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손끝을 맞대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날엔

모든 단어가

침묵을 불러오고

그 침묵 속에서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같은 하늘을

쳐다보면서도

각자의 눈에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그 길 위에서

우린 글친구가 되어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결국 나와 너의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져

세상에 넓게 펼쳐진

비단 천으로 짜여 간다.



<<시작노트>>


이 시는 이민자로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만난 글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상처와 갈등을 어떻게 나누고 풀어가는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낯선 땅에서 길을 잃고,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며 살아온 시간들 속에서, 글을 통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 상처를 나누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이야기가 엮여가고, 그 속에서 진정한 연결을 발견하게 된다.


시 속에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침묵 속에서도 마음을 나누고,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엮여가는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 이야기는 각기 다른 실들이 하나로 엮여가는 과정처럼, 결국 비단 천처럼 아름다운 관계로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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