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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기도의 사람 다윗

by lee nam

<시편 55편 17절>

“저녁과 아침과 정오에 내가 근심하며 탄식하리니 주께서 내 소리를 들으시리로다.”


다윗은 기도의 사람이었다. 그는 왕이 되기 전, 기름 부 음을 받은 이후에도 오랜 시간 도망자 신세로 살았다. 사울 왕에게 쫓기던 그 시절, 다윗은 인간적인 두려움 속에서도 하나님께 물으며 한 걸음씩 걸어갔다. 그일라 사건은 그중 하나다. 블레셋 사람들이 유다 땅 그일라를 침략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다윗은 즉시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먼저 여호와께 묻는다. “내가 가서 그 블레셋 사람들을 치리이까?” 하나님은 “가서 그들을 치라”라고 응답하신다. 그러나 그의 부하들이 두려워하자, 다윗은 다시 여호와께 묻는다. 두 번의 기도를 통해 확신을 얻고서야 그는 행동에 나선다. 이 장면은 내게 기도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준다. 기도는 방향을 묻는 일이며,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일라 사람들을 구한 후에도 다윗의 발걸음은 고단했다. 뜻밖에도 그일라 사람들이 다윗을 사울에게 넘기려 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들은 다윗이 자신들을 위해 싸워준 은혜를 잊고, 두려움 앞에 배신을 선택하려 했다. 다윗은 또다시 하나님께 묻는다. “그일라 사람들이 나를 사울에게 넘기겠나이까?” 하나님은 “그렇다”라고 말씀하신다. 이 장면은 참으로 인간적이다. 선을 행했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배신이고 외면이다. 하지만 다윗은 분노하지 않는다. 그는 즉시 그곳을 떠난다. 하나님의 응답에 따라, 그는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묻고, 듣고, 순종하는 그의 자세 속에 진짜 기도의 삶이 있다.


나는 얼마나 자주 하나님께 묻고 사는가? 삶의 위급한 순간, 결정의 기로에 설 때, 또는 누군가의 배신 앞에서, 나는 기도 대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지 않았는가? 기도가 단순히 내 바람을 쏟아놓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삶의 자세임을 다윗은 내게 가르쳐준다. 하나님은 다윗의 모든 질문에 응답하셨다. 이는 하나님께 묻는 자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확신을 준다. 기도의 생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윗처럼 반복해서, 일관되게, 그리고 진심으로 하나님 앞에 서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노년의 길목에 선 지금, 나는 기도의 자리로 더 가까이 나아가려 한다. 삶의 많은 경로를 돌아오는 동안 나는 실로 많은 판단과 선택을 스스로 해왔다. 어떤 것은 하나님의 뜻과 일치했지만, 어떤 것은 멀리 벗어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다윗의 기도는 내게 다시 방향을 보여준다. “내가 이 길로 가는 것이 맞습니까?” “이 사람이 나를 해하려 합니까?”라는 질문 하나하나가 삶의 길을 지혜롭게 만들 수 있다면, 나는 그 물음 하나에 나의 삶을 걸고 싶다. 하나님은 묻는 자에게 응답하시는 분이시기에.


그일라에서 다윗은 두 번 하나님께 묻고, 또 다른 위협 앞에서도 다시 묻는다. 그 기도의 연속성은 그의 삶 전체에 녹아 있다. 기도란 그처럼 일상의 모든 선택에서 반복되어야 할 행위다. 오늘 나는 다시 기도하고자 한다. 내 앞에 놓인 길을 묻고, 내 마음속 갈등을 아뢰며,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고자 한다. 다윗이 그러했듯, 나 역시 매 순간 묻고, 듣고, 순종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 길 위에서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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