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ible Essay

들판에서 자란 다윗

by lee nam

빛은 늘 가장 어두운 자리에서 잉태된다. 베들레헴 변두리, 이름조차 지워진 들판 한복판에서 어린 다윗은 하루를 살아냈다. 권세와 야망이 넘실거리는 세상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그곳, 다윗은 소리 없는 시간을 견디며 자신을 다져 나갔다. 한낮에는 양 떼를 이끌고 풀을 찾아 떠돌고, 한밤에는 침묵과 별빛만이 그의 벗이었다. 누구의 환호도, 인정도 없이 그는 홀로 쌓아 올렸다. 버려진 시간처럼 보이던 그 시절이야말로, 다윗이라는 존재의 가장 깊은 뿌리가 되었다.


광야는 다윗의 숨은 스승이었다. 이리는 들판의 어둠처럼 찾아왔고, 맹수들은 양 떼를 노렸다. 그러나 어린 다윗은 작은 물맷돌을 손에 쥐고 두려움 앞에 섰다. 무력한 듯 보이던 그 몸짓 하나하나가, 스스로를 길들이는 고요한 싸움이었다. 세상이 보기에 하찮은 훈련이었지만, 그 반복 속에서 그는 운명을 꿰뚫는 힘을 얻어갔다. 다윗의 물맷돌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침묵과 공포와 외로움을 이겨낸 신념의 파편이었다.


그리하여 골리앗 앞에 선 소년은 이미 전장을 넘어선 존재였다. 손에 쥔 것은 돌 하나였으나, 그의 심장에는 이름 모를 수천 날의 고독이 깃들어 있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다윗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무기로 삼아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무장한 거인의 방패를 비웃듯 그는 풀밭의 바람처럼 가볍고, 하늘의 별빛처럼 단단했다. 승부는 골리앗이 쓰러지기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된 힘은, 마침내 세상의 표면을 갈라냈다.


그러나 다윗의 참된 승리는 단 한 번의 돌팔매질에 있지 않았다. 어린 시절,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리에서 세상의 외면을 견디고, 매 순간 스스로를 다듬어 온 그 무명(無名)의 시간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왕관이었다. 사람들은 드러난 영광만을 기억하려 하지만, 실상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길러진다. 침묵 속에서 다져진 영혼만이, 때가 되었을 때 세상의 문을 열 수 있다.


오늘도 이름 없는 들판에는 또 다른 다윗들이 있다. 이들도 광야를 걷고, 외로움을 견디며, 자신만의 물맷돌을 갈고 있을 것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고요 속에서 단련된 이 영혼들은 언젠가 어둠을 찢고 별처럼 솟구칠 것이다. 나는 믿는다. 진정한 빛은 오히려 어둠의 심장부에서 자라난다고. 그리고 침묵으로 채운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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