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와 같다. 탄생의 떨리는 첫음절부터 죽음이라는 마지막 마침표까지, 희로애락이라는 다채로운 음표들이 모여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흐르는 한 편의 멜로디를 빚어낸다. 시인이 언어라는 악보 위에 섬세하게 음표를 그려 넣듯, 나는 매 순간의 경험과 감정이라는 붓으로 삶이라는 오선보 위를 채워 나간다. 그러므로 삶을 이해하는 것은 한 편의 시를 감상하는 것과 닮아 있으며, 시를 읽고 느끼는 것은 내 삶의 울림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경험하는 예술 행위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노래한 윤동주 시인처럼, 나는 삶의 모든 순간, 심지어 스러져가는 것들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어린 시절, 창문 너머 쏟아지던 빗소리는 내게 낯선 시의 언어처럼 다가왔다.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의 규칙적인 리듬,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의 섬세한 떨림, 젖은 흙냄새와 풀잎의 푸른 향기는 내 감각을 깨우고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날 이후, 빗소리는 내 마음속에 하나의 은유적인 시로 자리 잡았고, 세상의 모든 소리와 풍경을 시적인 감수성으로 받아들이는 작은 창문이 되었다. 삶의 희미한 속삭임조차 놓치지 않으려는 섬세한 귀 기울임의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귀뚜라미 / 너는 또 / 어느 나라에서 / 길 잃어 왔니?"라고 노래한 박목월 시인의 섬세한 시선처럼, 나는 주변의 작은 존재들에게서 삶의 깊은 이야기를 발견하려 했다.
시간이 흘러, 삶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는 다양한 시인들의 목소리를 만났다. 때로는 격정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의 열정에 공감했고, 때로는 가슴 저미는 이별의 슬픔을 담담하게 그려낸 시인의 고독에 깊이 빠져들었다. 세상의 부조리함에 맞서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휘두르는 시인의 분노에 함께 울분을 토하기도 했고, 소박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에 마음의 평화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시인들의 언어를 통해 나는 삶의 다채로운 감정의 스펙트럼을 경험하고,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고뇌와 희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넓혀갈 수 있었다. 마치 여러 악기의 음색이 어우러져 풍성한 오케스트라를 이루듯, 다양한 시인의 목소리는 내 삶의 감정적 팔레트를 더욱 풍요롭게 채워주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라고 푸쉬킨은 노래했다. 그의 시는 삶의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지혜를 가르쳐주었다.
삶의 여정 속에서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고난과 역경은 때로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희망의 빛조차 보이지 않을 때, 나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시인들의 삶을 떠올린다. 숱한 고난 속에서도 펜을 놓지 않고 진실을 탐구하며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그들의 강인한 정신은, 내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별을 발견하고, 절망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었던 시인들의 삶은, 내게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꿋꿋한 의지를 가르쳐주었다. 마치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는 항해사처럼, 시인들의 삶은 내게 삶의 역경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주었다. "오늘처럼 내가 싫었던 날이 있을까 /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갔다"“라고 고백한 기형도 시인의 솔직한 독백은, 때로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괴로워하는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위로를 건넨다.
결국 삶과 시는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두 개의 거울과 같다. 삶의 풍경은 시인의 예민한 감수성을 통해 아름다운 언어로 재탄생하고, 시인의 언어는 나의 삶을 비추며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때로는 시가 삶의 해답을 제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삶이 시의 깊이를 더하기도 한다. 이처럼 삶과 시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마치 씨앗이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 꽃을 피우듯, 나의 삶 또한 시라는 언어의 토양 위에서 다채로운 의미의 꽃을 피워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삶이라는 시를 끊임없이 읽고 쓰고 경험하며, 나만의 아름다운 서사를 완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나의 노래는 끝나지 않으리"라고 월트 휘트먼은 외쳤다. 그의 말처럼, 나의 삶이라는 노래 또한 영원히 지속될 것이며, 그 안에서 피어나는 시적인 순간들은 내 존재의 의미를 더욱 깊게 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