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나뭇잎 위로
숨결처럼 쏟아지면
초록은 조용히
눈을 뜨고
이마에 땀을 닦는
내게 속삭입니다
너도 이제 푸르게
다시 깨어나는구나
바람이 스쳐가며
잎새 하나
가볍게 흔들 때마다
무심한 듯 다정한
그 떨림 속에서
나는 오래전
위로의 숨결을 듣습니다
내 앞에 펼쳐진
푸르름은 찰나의
빛이 아니라
수많은 밤의
묵언을 건너
끝내 아침을 여는
인내라는 것을
나무는 말없이
몸으로 들려줍니다
누군가를 이해하려
가슴을 다독인 날
잎 하나 짙어졌고
말을 삼킨 순간마다
초록은 뿌리 깊이
더 짙게 물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숲의 길 위로
한 걸음
걸어와 주십시오
내 안에 내려앉은
용서의 뿌리와
기다림이 피운
고요한 그늘 아래
당신을 위한 자리를
비워 두었으니
시작 노트
이 시는 6월의 푸르름이 단순한 계절의 장식이 아니라, 고요한 성장과 내면의 성찰을 상징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초록빛 나뭇잎들이 온몸으로 받아낸 햇살, 지나가는 바람에도 떨리는 잎새의 감각은,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인내와 회복, 그리고 조용한 감정의 떨림과 비슷합니다
삶이란 어쩌면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나는 살아 있다”라고 다시 말해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뿌리내린 용서와 피워낸 기다림은 누군가에게 작은 그늘이 되어줄 수 있겠지요.
이 시는 그런 조용한 위로와 기다림, 그리고 사랑에 대한 마음을 담아 6월의 숲길에 초대하는 마음으로 쓴 서정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