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말을 삼키는 법에 대하여>
나이가 들면서
감정은 파도가 되고
말은 칼날이 된다
문득 나는
입 안에서
머뭇거리는 말들을
소처럼 삼키는
법을 배웠다
날것 그대로
내뱉지 않고
속으로 밀어 넣는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 말들은
위장 속에서
다시 천천히 돌아온다
되새김질처럼
가슴으로 한 번
속으로 두 번
그리움도
서운함도
아픔도
시간 속에서
곱게 잘게 씹는다
소가 풀을 씹듯
나는 감정을 씹는다
한 입 베어 물었다면
그것을 끝까지
삼킬 것인지
내어줄
것인지를 묻는다
즉흥은 날을 세우지만
묵음은 뿌리를 내린다
버릴 말은
걸러내
거름으로 남기고
쓸 말은
피가 되어
흘러가게 한다
말을 삼키는
침묵의 기술은
세월이 가르쳐준
가장 따뜻한 무기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상처 주지 않는 법
이제 나는 안다
사랑도 분노도
곧이곧대로
뱉지 않고
되씹는
그 시간 속에서
비로소 쓸모 있는
내 것이 된다는 것을
<<시작 노트>>
살아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감정은 더 섬세하고 복잡해집니다. 어린 시절엔 솔직함이 미덕인 줄 알았고, 속상하면 곧장 말로 터뜨리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말이 상처를 낳고, 침묵이 사랑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시는 그런 깨달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말은 때때로 생의 칼날이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말의 “되새김질”을. 소처럼 천천히, 조용히, 가슴으로 한 번 더 씹어보는 일.
감정을 바로 내뱉기보다는 속으로 한 번 삼키고, 다시 꺼내 보며, 그 말이 정말 필요한지, 어떤 결과를 남길지를 성찰하는 것. 그것이 어른의 언어이고, 삶의 언어라는 생각을 담았습니다.
소화되지 않는 감정은 상처가 되고, 소화된 감정은 관계를 살립니다. 이 시는 그 과정을 형상화한 시적 기록입니다. 입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시절에, 나를 아끼고, 너를 아끼는 법을 배우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며 이 시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