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가 태어났을 때 그녀의 부모는 평범한 행복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19개월이 되던 해, 병마는 그녀에게서 빛과 소리를 앗아갔다. 앞도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세계 속에서 그녀는 무력하게 방치되었다. 표현할 방법조차 없는 분노와 절망은 그녀를 절망의 어두운 감옥에 가두어버렸다. 그녀는 세상의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었다.
그 무렵에 설리반 선생님이 나타났다. 시각장애를 가진 경험이 있는 설리반은 다른 누구보다 헬렌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처음부터 헬렌의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헬렌은 그녀에게도 분노를 표출했고, 어떤 가르침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설리반은 포기하지 않았다. 헬렌의 손을 잡고 끊임없이 소통하려 애썼다. 그녀의 손을 통해 언어를 가르치고, 세상을 느끼게 해 주었다.
결정적인 변화는 헬렌이 우물가에서 물의 흐름을 느꼈던 순간에 일어났다. 설리반은 헬렌의 손에 물을 적시며 알파벳 W-A-T-E-R를 반복적으로 써 주었다. 그 순간, 헬렌의 마음속에 무언가가 반짝였다. 그녀는 물이 무엇인지,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우물에서 솟아난 물은 단지 차가운 액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가 되어 주었고, 설리반과의 소통의 문을 열어 주었다.
헬렌 켈러는 이후 빛과 소리 없이도 세상을 이해하고 배웠다. 그녀는 설리반 선생님의 헌신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었다. 하지만 설리반은 헬렌에게 단순히 언어를 가르친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사랑을 가르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그녀에게 설리반은 보이지 않는 손길로 세상을 느끼게 했다. 설리반은 말없이도 마음을 그녀에게 전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헬렌 켈러와 설리반 선생님의 이야기는 교육의 성공담만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가 누군가의 삶에 얼마나 깊은 빛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헬렌이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설리반의 손끝에 담긴 끈기와 사랑 때문이었다. 우리도 종종 삶의 어둠 속에 갇힐 때가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내민 손이, 혹은 내가 내민 손이, 어둠 속에서 빛을 찾게 해 줄지도 모른다. 설리반의 손길처럼, 헬렌의 마음속에 ‘물’이라는 단어를 피어나게 한 따뜻한 손길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