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남편과 함께 러쉬모어 마운틴을 방문했다. 광활한 대지와 푸른 하늘 아래, 그 거대한 산이 우뚝 서 있었다.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러쉬모어에 새겨진 네 명의 대통령들은 마치 영원의 증인이 되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워싱턴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그의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떠올렸다.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그는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 국가의 기초를 닦고, 민주주의를 시작한 그의 발자취는 산 위에서조차 흔들림 없이 굳건해 보였다. 그 앞에서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자유는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 위에 서 있는 걸까.”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제퍼슨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독립 선언서를 작성하며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외친 그.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이상만으로는 이루지 못했던 현실의 무게가 담겨 있는 듯했다. 그의 모습에서 나는 우리 삶의 균형을 고민하게 되었다. 꿈을 좇으면서도 발밑의 현실을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제퍼슨이 가르쳐주는 삶의 지혜 같았다.
루스벨트의 모습은 또 다른 울림을 주었다. 그는 변화의 시대를 맞아 과감히 길을 열었던 지도자다. 기업의 횡포를 견제하고, 자연을 보호하며, 미국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었던 그의 도전 정신은 지금도 산 위에 강렬히 남아 있는 듯했다. “이런 사람이 있어서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국립공원을 즐길 수 있는 거겠지?” 남편이 감탄하며 말했다. 나도 고개를 들며 그의 기개를 마음속에 새겼다.
마지막으로, 링컨. 그의 얼굴을 보며 우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는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었고, 노예제를 폐지하며 진정한 자유를 이루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고통과 희생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대가. 링컨 앞에 서니 어쩐지 숙연해졌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러쉬모어를 떠나며 네 얼굴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그들이 쌓아 올린 정신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져 있었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도 우리만의 러쉬모어를 만들어보자.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러쉬모어의 네 영웅은 돌에 새겨진 얼굴 그 이상이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너는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 이 질문이 우리가 이뤄갈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