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남편과 함께 데블스 타워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로 우뚝 솟아오른 거대한 암석 기둥. 그 모습은 사진으로만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경이로웠다. 마치 대지에서 하늘로 뻗어나가는 하나의 기도문 같았다.
데블스 타워는 그 자체로 신비로운 존재였다. 과학적으로는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지질 구조물이라 하지만, 그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 자리에 서 있는 순간, 과학적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초원의 바람 소리, 하늘을 향해 뻗은 바위의 기둥,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고요함은 그저 말을 잃게 했다.
그곳에는 라코타족을 비롯한 여러 원주민들의 전설이 담겨 있었다. 특히 곰과 소녀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거대한 곰으로부터 도망치던 소녀들이 기도를 올리자, 대지가 솟아올라 그들을 보호했다는 전설. 실제로 타워의 표면에 새겨진 세로줄 무늬가 곰의 발톱 자국 같아 보였다. 전설과 자연이 어우러진 그 장면은 내게 경외감을 안겨주었다.
남편과 나는 기둥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이 자연과 대화하는 시간 같았다. 데블스 타워는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말해 주었다. 삶의 무게에 짓눌릴 때, 이렇게 대자연 앞에 서면 모든 것이 사소하게 느껴졌다. 인간이 만든 도시는 정교하고 복잡하지만, 자연은 그 단순함 속에서 위대했다.
돌아오는 길, 타워를 뒤로하고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았다. 하늘의 붉은빛이 암석의 실루엣을 감싸고 있었다. 자연이 만들어낸 이 놀라운 조각품 앞에서 나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데블스 타워는 그날 내게 말해 주었다. 삶의 고비마다 위로는 대지와 하늘 속에 늘 존재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