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수필
세상에는 수많은 천사가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주변에 머무는 것 같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깊이 감동의 물결이 출렁인다, 미국 시카고로 이민 왔을 때 우리 이웃집에는 백인 목사님 가족이 살고 계셨다. 목사님 부부는 우리 가족이 낯선 이민 생활을 시작하여 뿌리를 내리는데 큰 힘이 되어 주셨다. 그분들은 아들 둘 딸 둘을 낳아 기르고 계셨다. 목사님 가정에서는 아이들로 인하여 항상 웃음꽃이 피어났다. 목사님은 이런 기쁨과 행복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목사님은 한국 여자 아이 하나를 입양해서 자기 아이들과 함께 길렀다. 그런데 까만 머리와 눈을 가진 한국 아이들 네 명이 자기 옆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자 목사님은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셨다. 목사님은 “가정은 바로 하나님이 머무시는 천국”이라고 강조하시곤 했다. 가정이 지상의 천국이 되려면 자녀의 신앙교육을 통해 부모와 자식 사이에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며 가정 사역을 목회의 우선순위로 두셨다.
목사님은 주중에는 마약으로 인해 가정의 행복을 잃은 사람들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셨다. 하루는 목사님께서 피부가 까만 미혼모가 남자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 심방을 하셨다. 태어난 아기는 건강해 보였다. 목사님께서 그 아기에게 젖병을 물려보았다. 그러자 아기는 젖꼭지를 오물오물 힘 있게 빨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엄마는 마약 복용으로 건강이 말이 아니었고 아이를 기를 능력이 전혀 없었다. 누군가가 입양해서 키워야 할 형편이었다. 목사님은 그 아이를 입양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에게 그 말을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 이 일로 고민 하시다기 목사님은 결국 사모님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사모님은 목사님의 의견에 금방 찬성했다, 목사님 내외분은 새 아기를 데려다 놓고 날마다 싱글벙글 함박꽃 웃음을 피워 냈다. 목사님께서 설교를 준비하시다가도 혹시 아기가 칭얼대는 소리가 나면 금방 달려가 기저귀를 갈아 주고 우유병을 물려주셨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 아내가 그 소리를 듣고 달려가 보면 이미 목사님이 아기를 안고 젖병을 물리고 계셨다. 사모님
은 " 내가 한 발 늦었구나" 하시며 " 다음에는 내가 아기를 볼 차례예요." 하면서 서로 아기를 돌보겠다고 우겼다. 아기는 아무런 간격 없이 엄마 아빠를 따르며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수요일 저녁이면 목사님님께서는 지역 어린이들을 위하여 어린이 성경 제자반인 어와나 클럽을 운영하고 계셨다. 목사님께서는 아이들이 성경공부를 하는 동안 기다리는 엄마 아빠들을 모아 수요일 저녁 예배들 드렸다. 어느 수요일 저녁 나는 우리 아이들을 어와나 클럽에 데려다 놓고 예배실로 갔다. 사모님도 입양한 막내만 데리고 예배에 참석하셨다. 그런데 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되어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 난 우리 아빠한테 갈래. 난 우리 아빠한테 갈래. ” 엄마가 설교를 방해하지 않으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아이는 더욱더 소리를 질렀다."난 우리 아빠한테 갈래, 난 우리 아빠한테 갈래." 하면서 마구 강대상 쪽으로 달려가 아빠의 다리를 꼭 잡았다. 나는 마음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결국 목사님이 설교 노트를 놓고 내려와야 할 판이었다.
바로 그때, 목사님은 잠깐의 여유를 가지시더니 아기를 오른손으로 안으셨다. 아기는 아빠의 눈과 코를 만져 보고, 입을 만지면서 행복하다는 듯 방실거리며 목사님의 설교를 방해하고 있었다. 자꾸 아빠의 입과 얼굴을 만지니 설교가 자꾸 흐트러졌다. 아빠와 아기의 합동설교는 아기의 방해로 설교 내용이 끊겨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어느 설교보다 멋진 설교가 되어 나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행복한 아빠의 하얀 얼굴과 까만 곱슬머리 아기의 웃는 얼굴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다. 그날의 설교는 하나님의 사랑을 직접 보여준 가장 멋진 설교 중의 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