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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오프라 윈프리의 축사를 듣고

듀크 대학교 졸업식

by lee nam



경희 사이버 대학교 중간고사 리포트를 마치자마자 막내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짐을 챙겼다. 듀크 대학 졸업식은 신록이 우거진 5월 10일에 열렸다.


우리 부부는 시카고에서 듀크 대학이 있는 노스캐롤라이나까지 꼬박 15시간을 운전해 갔다. 푸르고 광활한 미국 대륙을 차로 달리며 오랜만에 가족들과 재회할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딸 부부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둘째가, 의대 보드 시험 준비로 바쁜 셋째도 시간을 쪼개 비행기를 타고 참석했다. 각 주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막내 모세의 졸업을 축하해 주었다. 가족들이 서로 만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이민 생활의 힘들었던 순간들이 오월의 따스한 햇살 속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졸업식은 듀크 대학의 넓은 원형 경기장에서 열렸다.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유명 인사를 초청해 축사를 듣는 전통이 있다. 올해 듀크 대학에는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축사를 맡았다. 최근 미국 최고의 흑인 부자로 선정된 그녀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자신이 잘 되기 위한 최고의 비결은 다른 사람을 잘 되도록 돕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일을 할 기회는 항상 어디에나 열려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졸업생들과 학부모, 교수들은 환호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오프라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한 가지 일화를 들려주었다. 다섯 살 때 교회에 다녔던 그녀는 당시 흑인과 백인이 함께 교회를 다니는 것이 드물었던 환경에서 한 백인 여성을 만났다. 그 여성은 윈프리를 보자마자 그녀의 외모를 크게 칭찬했다.

“너 정말 귀엽게 생겼구나! 까만 눈과 두꺼운 입술이 너무 예쁘다.”. 낯선 사람으로부터 처음 들은 칭찬에 어린 오프라는 뛸 듯이 기뻤다. 집에 돌아가 거울을 들여다보며 교회에서 들은 말을 떠올렸고, 자신이 예쁘다는 자존감을 갖게 되었다. 그 순간은 그녀의 삶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후 오프라는 자신도 다른 사람을 칭찬하고 격려하며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고, 마침내 토크쇼의 여왕이라는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토크쇼에서 만난 한 여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여성은 아이를 낳으려면 자신의 두 팔과 두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엄마가 되더라도 아이를 낳고 싶다고 결심했다. 결국 아이를 위해 자신의 두 팔과 다리를 잃었지만, 그녀는 아이가 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행복을 느꼈다. 이 여인의 긍정적인 태도는 육체적으로 건강한 어떤 엄마보다도 훨씬 더 큰 영향을 아이에게 미쳤다.


오프라의 이야기는 내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녀는 흑인 중 가장 부자로 평가되지만, 진정한 부는 그녀의 넉넉한 마음과 타인을 위로하고 돕는 헌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지난 12년 동안 듀크 대학에 네 아이를 보내며 시카고에서 노스캐롤라이나까지 해마다 두세 번씩 왕복했다. 광활한 미국 대륙의 푸른 산과 들을 지나다니며, 교육을 통한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달렸다. 이번 막내의 졸업을 끝으로 듀크 대학 캠퍼스를 떠나는 마지막 여행길이 되었다.


듀크 대학은 네 아이와 함께한 추억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캠퍼스를 뒤로하며 우리 부부는 마치 우리가 듀크를 졸업하고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기쁨과 뿌듯함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함도 스쳤다. 이제 막내는 집에서 일주일간 휴식을 취한 뒤 새로운 일터로 떠나게 된다. 네 아이가 모두 둥지를 떠나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지금, 학부모로서의 나 역시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할 때가 되었다.


나는 이미 그 준비를 해왔다. 경희 사이버대학 문예창작학과에 편입해 늦깎이 학생으로 글쓰기를 배우고 있다. 내게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주며,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자 한다. 글쓰기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제자들, 동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다. 오프라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그를 돕고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나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속 글을 쓰고 배울 것이다. 경희 사이버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싶다. 이를 통해 내 삶의 한 줄 한 줄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격려가 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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