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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깊은 바다에서 진주를

by lee nam

오늘 시카고 문화회관에서 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고등학교 졸업반인 David Kang 학생의 그림 다섯 점은 모두 진주를 주제로 한 작품이었다. 그중에서도 조개들이 빛나는 진주를 품고 있는 그림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작품 속의 조개는 깊은 바다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결국 그 안에 찬란한 진주를 품어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삶의 많은 순간들을 떠올렸다.


바다는 그 자체로 삶과 같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아래 무엇이 숨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소중한 것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헤엄치고, 잠수하고 기다린다. 조개껍데기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기까지의 여정은 인생 그 자체다.


조개는 처음부터 진주를 품고 있지 않다. 조개의 안쪽, 연약하고 부드러운 살에 외부에서 들어온 모래알이나 불순물이 닿으면서 그것을 감싸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몸을 덮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고통을 통해,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야 만 하나의 아름다운 진주가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싸 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조개껍데기 안에서 살아간다. 예상치 못한 시련이 우리에게 찾아올 때, 그 고난은 처음에는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존재로 다가온다. 하지만 결국, 그 고난을 어떻게 감싸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만의 진주가 만들어진다. 고난 없이 완성된 삶은 없다.


나 역시 내 삶에서 많은 불순물을 품었다. 외로움이라는 모래알, 실패라는 파편, 그리고 상실감이라는 조각들. 그것들이 내 마음에 박힐 때마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깨달았다. 그것들을 감싸 안을 때 비로소 내 안에 무엇인가 단단하고 귀한 것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때로는 그 과정이 너무나 길고 아파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진주는 조개가 열리지 않는 한 아무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붙잡았다. 그 고통을 견디고 나면, 결국 내 안에 진주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진주는 누군가가 발견해 줄 때 그 가치를 드러낸다. 혼자만의 고난으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알아보고 조심스럽게 꺼내주는 사람과 함께 그 진가는 빛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들의 고난을 바라보고, 그것이 결국 아름다운 진주로 남을 것이라고 격려하며 함께 기다려주는 동반자가 되고 싶다. 나 역시 다른 이들의 진주가 빛날 수 있도록 함께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바다는 여전히 깊고 넓다. 어떤 날은 아무리 잠수해도 조개 하나 발견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인생의 바다를 헤엄치는 우리 모두는 안다. 언젠가 어떤 조개의 껍데기를 열었을 때, 그 안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진주를 발견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 진주는 우리의 노력, 고통, 기다림이 만들어낸 보물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진주를 캐는 것이 인생이다. 고난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그것을 품어내고, 기다리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빛나는 진주를 만들어간다. 언젠가 내 안의 진주가 누군가에게 위로와 영감을 주는 순간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바닷속으로 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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