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동네 뒷산에 올라가면 메아리 놀이를 했다. 우리는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야호!”를 외쳤고, 몇 초 후 산이 같은 소리를 되돌려주었다. 그 순간, 나는 단순히 소리가 돌아오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외친 소리가 산속으로 스며들어 그것이 되돌아온다는 감정을 느꼈다. 마치 내가 산과 대화하는 것처럼, 산은 내 말을 들은 뒤 되돌려주는 듯했다. 그런 순간마다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나는 나와 세상의 연결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세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내 내면에서 울리는 메아리로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한 아이가 어른에게 짜증을 내며 말을 하는 장면을 봤다. 그 아이의 얼굴에는 분명히 슬픔과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 말을 외친 후 그 아이는 금세 웃음을 되찾았다. 그 순간 나는 그 아이의 감정이 세상에 비쳐 되돌아오는 것처럼, 나 역시 내 감정들이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내가 보고 듣는 세상은 내 마음의 거울이었다.
글쓰기도 메아리와 같다고 느꼈다. 어느 날, 내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글로 써보았다. 그때마다 그 글은 마치 내 내면에서 뻗어 나온 소리 같았다. 내가 쓴 글은 내가 겪은 슬픔과 기쁨, 그리고 고통까지 모두 담겨 있었고, 그것을 세상에 던지면 그 글은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소통의 다리가 되었다. 글을 쓴 후 나는 그 글을 다시 읽었고, 내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내게 되돌아오는 기분을 느꼈다. 글쓰기는 내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면서도, 내가 세상과 어떻게 반응하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메아리는 이제 단순히 산에서 되돌아오는 소리가 아니다. 그건 내가 세상에서 느끼고, 보고, 겪은 모든 감정들이 내 마음속에서 울리고, 그 울림이 세상에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이다. 세상은 나의 감정에 반응하고, 나는 그 반응을 통해 내가 살아있는 존재임을 확인한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메아리가 세상 속에서 반응을 일으키고, 그 반응은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순환이 계속된다. 나는 그렇게 세상과 소통하며, 나와 세상의 대화를 이어간다.
이제, 메아리는 단순한 자연의 현상이 아니라, 내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가르침이다. 내 내면에서 울리는 감정의 메아리는 세상 속에서 내가 보낸 신호가 어떻게 반향을 일으키는지 보여준다. 그 메아리가 나에게 돌아올 때, 나는 더욱 깊이 나와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