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 대통령 선거 날이다. 투표소에 들어서자마자, 각국 언어로 준비된 투표용지가 눈에 들어왔다. 낯익은 한글로 된 용지를 받아 들고 나니 조금이나마 익숙한 따뜻함이 감돌았다. 나와 같은 이민자들을 배려한 것일 테지, 이 작은 배려 하나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여기서도 나의 언어로,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그 다양성이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이야말로 이곳의 민주주의 아닐까. 나와는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지만, 그들도 나처럼 각자의 고향과 이야기를 담아 투표하러 왔겠지. 다 다르면서도 같은 날, 같은 목표로 함께하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따뜻했다.
언어라는 건 단순한 말 이상이라는 걸 느낀다. 한글로 된 투표용지를 보며 고향이 떠오르고, 내 목소리가 더 온전해진 느낌이었다. 익숙한 언어로 내 의견을 남긴다는 건, 내가 여기에 발을 딛고 있다고 다시금 실감하게 해 줬다. 비록 외국 땅이지만, 내 뿌리 깊은 언어로 투표할 수 있다는 건 나의 존재를 이 땅에 새기는 일처럼 여겨졌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며 여러 언어로 된 표지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마다 다른 길을 걸어왔을 사람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같은 목적을 위해 모였다는 사실이 새삼 감동적이었다. 나와 함께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다 다름을 인정받고, 각자의 목소리로 나설 수 있는 건 이 나라가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환대와 존중일 것이다.
오늘, 작은 한 표를 행사하면서 나는 이곳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더 깊이 느꼈다. 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의견을 남긴다는 것. 내 마음을 품어준 나라가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