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봉사하는 아침은 늘 분주하다. 커다란 커피 통에 갓 끓인 커피를 가득 채우고, 옆에는 꽃무늬가 그려진 하얀 그릇에 설탕과 프림을 나란히 놓는다. 예배를 마친 교인들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피로를 푸는 이 시간이 소박하면서도 정겹다. 모두가 각자의 컵에 커피를 따라 설탕과 프림을 섞어 마시는 모습이 우리 교회의 일상 풍경이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나는 설탕과 프림 그릇을 가지런히 준비했다. 예배가 끝나자 교인들이 친교실로 내려와 하나둘씩 커피를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목사님께서도 커피를 한 잔 따라 드시며 설탕을 넣고 저으셨다. 그런데 첫 모금을 드신 순간, 표정이 묘하게 변하시더니, 주위를 둘러보시며 한마디 하셨다.
“아니, 와 이리 설탕이 짜노?”
순간 웃음이 터졌다. 옆에 있던 분들도 컵을 내려놓고 맛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키득거렸다. 그제야 내가 뭔가 크게 착각했음을 알았다. 지난주에 봉사하던 분이 그 설탕 그릇에 소금을 두고 갔던 것이다. 설탕인 줄 알고 의심 없이 가져다 둔 그릇 속에 담긴 건 바로 ‘짠맛’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교인들은 하나같이 눈웃음을 치며 “이 정도면 우리 죄가 다 씻긴 거 아입니까!”라며 농을 던졌다. 그날 이후로 우리 교회에서는 ‘짭짤한 설탕 커피’가 작은 전설이 되었다. 한동안 커피를 마실 때마다 짓궂은 김집사님이 한 마디씩 던진다.
“그래, 오늘 설탕은 진짜 달달한 거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