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북한산 봉우리들은 선정에 들고
초겨울 운해
산행은 정상이 아니라, 말 끊긴 곳에서 완성된다고 <<저 산은 내게>> 프롤로그에 썼다.
십 년 넘게 북한산에 다니지만 말 잊을 때가 많진 않다. 느지막이 시작해 맘 급한 하산길에 보는 붉은 노을, 새벽 백운대의 일출과 그 일출에 넋을 놓은 산객들의 실루엣, 여름비 온 다음날 새벽의 운해... 앞에서 말을 잊는다. 말이 끊긴다.
오늘의 언어도단처는 설경으로 스며드는 초겨울의 운해다.
백운, 만경, 자운, 만장, 인수, 신선 등등 북한산 일대의 내로라하는 봉우리들이, 낮은 구름에 잠긴 채 일제히 새벽 선정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