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집'

애거서 크리스티가 남긴 가장 충격적 반전

by 김혜경
9788960177802.jpg 출처 교보문고 '비뚤어진 집'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비뚤어진 집(Crooked House)'은 끝까지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는 결코 멈출 수 없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느낀 충격은, 반전을 넘어 인간 본성과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깊은 질문으로 이어졌다.

piotr-musiol-Nu8SRcGhgGk-unsplash.jpg 출처 Unsplash의Piotr Musioł

이야기는 부유한 백만장자 애리스티드 레오니데스가 독살당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가족 전체를 품고 살던 권위 있는 인물이었으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가족 모두를 혼란에 빠뜨렸다. 10년 전 재혼한 어린 아내 브렌다가 범인이기를 내심 바라는 가족들의 반응은, 그만큼 진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는 방어기제로 보인다. 그러나 사건이 진행될수록 사라진 유언장과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저택의 내부는 점점 비뚤어진 욕망으로 가득 차게 된다.

rhamely-m5AV-YnPbVI-unsplash.jpg 출처 Unsplash의Rhamely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대사 중심의 전개이다. 크리스티는 장황한 설명을 배제하고,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의 긴장감을 극대화하였다. 각기 다른 성격의 등장인물들은 말투, 반응, 어조만으로도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생함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이 나누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곧 중요한 단서가 되어 독자에게 깊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joseph-reece-kcNha9s-NTA-unsplash.jpg 출처 Unsplash의Joseph Reece

책의 제목인 ‘비뚤어진 집’은 단순히 저택의 구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의 화목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왜곡되고 꼬여 있는 인간관계와 감정들이 숨어 있다. 각자의 욕망, 질투, 죄책감이 충돌하면서 ‘비뚤어짐’은 공간의 형태를 넘어 심리와 관계로 확장된다.

giovana-miketen-0moqL7UEvGA-unsplash.jpg 출처 Unsplash의Giovana Miketen

결국 밝혀지는 진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방향에서 찾아온다. 독자는 마지막 순간에야 진짜 범인이 누구였는지를 알게 되며, 그 존재는 그간 소설 속에서 결코 의심받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 장면에서는 누가 책을 읽던 놀라움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어두운 가능성과 그 끝에 숨겨진 악의를 직시하게 만든다.


'비뚤어진 집'은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선다. 이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심리극이자, 법과 도덕의 경계에서 헤매는 인간에 대한 깊은 탐구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는 이 작품을 통해 "가장 개인적인 범죄가,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범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만 몰두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 소설은 흔한 추리를 즐기기 위한 작품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우리 사회는, 또한 가정은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서늘한 경고장이었다.


'비뚤어진 집'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남긴 가장 충격적이고도 섬세한 걸작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이 집의 문을 열고, 진실과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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