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으로 주식을 시작하며 -
불교에서는 욕계(欲界, 욕망의 세계)와 색계(色界, 형상은 있으나 욕망은 없는 세계)로 나뉜다.
퇴직 전까지 해보지 않은 골프라는 운동과 주식투자라는 활동을 하면서 내가 색계에서 살다가 욕계로 넘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골프와 주식을 늦은 나이에 시작하면서 평범한 인간으로 慾望을 수용하고 적절히 다스리면서 살아보려고 한다. 욕망의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들 욕심, 기쁨, 슬픔, 공포, 혐오, 놀람, 사랑, 질투, 시기, 외로움 등 주식과 골프를 통해서 다양하게 느껴보고 싶다.
은퇴 후에 시작한 골프는 3년 차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었고, 역시 퇴직 후 가까이 지내는 지인의 적극적인 권유(?)로 시작한 주식은 한 달이 된 주린이 수준이다.
우스개 소리로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세 가지는 골프와 주식, 그리고 자식농사라고 한다.
골프란 내 몸 하나도 뜻대로 안 되는 세계이다. 공은 가만히 있는데, 마음이 흔들려 방향이 틀어진다. 힘을 빼라 하는데, 힘이 빠지면 공도 안 나가고, 힘을 주면 또 엉뚱하게 날아가니… 이 얼마나 내 안의 나와의 싸움인가?
주식이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는 일이다. 차트는 과거를 말하고, 뉴스는 현재를 꾸며주지만, 투자는 늘 미래를 향한 베팅이다. 탐욕과 두려움, 그리고 이따금 오는 기회와 후회의 롤러코스터. 이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과 직관, 그리고 인내의 훈련이다.
< 1천만원으로 딱 1년만 욕망의 세계에서 생활해 보기로 한다.>
주식 투자라는 것은 바다에 배를 띄우는 일과도 같다. 바람은 늘 변덕스럽고, 물결은 끝없이 흔들리지만, 나침반 같은 격언 하나 가슴에 품고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주식투자 3가지 원칙을 정해야겠다.
- 나만의 투자 원칙 01 -
“하락장은 공포가 아닌 기회의 얼굴을 하고 있다.”
모두가 두려워할 때, 침착하게 준비한 자는 기회를 낚는다.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부려라.”
공포에 싸인 시장은 가격이 왜곡된 시장이다.
"투자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다."
손실과 수익의 반복 속에서, 결국 배우는 건 돈보다도 자기 자신이다.
- 나만의 투자 원칙 02 -
“모르면 사지 마라, 알 때까지 기다려라.”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으면, 그저 패스하라. 기회는 언제든 온다.”
“알 때까지 기다려라”의 진짜 의미는 단지 “공부하라”는 뜻이 아니다.
인내하라, 조급하지 말라, 시장보다 느리게 가도 괜찮다는 뜻이다.
- 나만의 투자 원칙 03 -
“투자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다.”
투자란, 숫자 너머의 감정과의 싸움이다.
주가가 오를 때 지나치게 흥분하는 자신,
내린다고 공포에 질려 손절하는 자신,
남들이 돈 벌었다는 말에 조급해지는 자신,
확신이 없는 주식을 붙잡고 위로만 기다리는 자신.
그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결국 보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 주식투자를 하면서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
주식은 늘 정직하게 말한다.
“너는 지금 탐욕적이다.”
“너는 지금 확신이 없다.”
“너는 너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씩 배운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는 사람인지,
나는 몇 퍼센트의 손실까지 견딜 수 있는 사람인지,
나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인지.
이 배움은 책에서 배울 수 없다.
돈을 잃고, 견디고, 기다리고, 회복하면서만 얻을 수 있는 내면의 공부이다.
주식투자는 그래서 ‘여정’이다.
투자는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과 기다림이 겹쳐진 길이다.
나는 그 길 위에서
절제 : 모든 기회를 잡으려 하지 않는 지혜
신뢰 : 내가 분석한 것을 믿고 기다리는 용기
인내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법
겸손 : 시장은 늘 나보다 한 수 위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배우려고 노력하겠다.
결국, 돈보다 더 값진 것
"투자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를 아는 도구이며,
나를 키우는 여정이다. “
그래서 진짜 투자자는
수익률보다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길을 걷는 것이다.
< 불교에서 말하는 욕계(欲界)와 색계(色界)란... >
욕계(欲界, 욕망의 세계)
우리의 몸, 감정, 식욕, 성욕, 물질욕 이런 감각적 욕망이 지배하는 세계를 말하는 인간이 사는 세계이다.
우리가 느끼는 기쁨과 괴로움은 거의 다 여기에서 비롯된다.
'지금 이곳',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 세계는 바로 이 욕계에 해당하며 욕계의 집착을 알아차리고, 놓는 데서 시작된다고 한다.
색계(色界, 형상은 있으나 욕망은 없는 세계)
색계는 수행을 통해 욕망을 끊은 자가 도달하는 높은 경지이다.
욕망은 사라졌지만, 아직 물질적 형상(몸)은 남아있는 세계이다.
감각적 욕망은 없지만, 고요한 희열과 선정(禪定)의 기쁨은 존재한다.
이 세계는 물질적이되 욕망에서 자유로운 고요의 세계이다.
이제
욕망의 세계인 골프와 주식시장에서의 발을 들어 놓은 이상
탐욕과 두려움을 잘 다스리면서
퇴직 후에 남은 시간 동안
욕망의 세계에서 절제, 신뢰, 인내, 겸손을 체험하면서
조용히 웃음 지으며 내 안의 감정들을 음미하면서 욕계에서 1년간 살아가 보고 한다.
표지 사진 설명: 오늘은 욕망의 세계와 욕망이 없는 세계를 한꺼번에 경험한 것 같았다. 요양원에서 문자가 와서 요양원 봄소풍을 가는데 어르신들 보호자분들도 참석해서 봉사활동해도 된다고 했다.
나는 어머니의 휠체어를 밀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요양원에서 수목원까지 택시 기사분들이 무료로 운행하고 휠체어를 미는 봉사활동도 하셨다.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기는 보람찬 하루였다. 색계에서의 경험은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욕계와 색계는 단순한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순간순간 드러나는 마음의 자리이기도 하다. 오늘 나의 마음은 욕계 쪽에 가 있었는지, 아니면 색계 쪽에 다가갔는지 가만히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수행의 문이 열린다. 1년간 욕계의 세상에서 수련을 하고 1년 후에는 색계로 돌아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