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제와 AI의 시적만남 [디카시 011]
< 내가 사랑하는 자리, 경계 >
저녁노을이 언덕을 적실 때,
낮과 밤은
말 한마디 없이
서로의 등을 내어주고
세상은 늘 그렇게
경계에서 방향을 바꿉니다.
어제와 오늘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은 채
하나의 풍경이 됩니다.
그곳 역시
선명한 경계 위에
아름다움이 서 있습니다.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사랑의 첫 약속임을
그때서야 배웁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문턱에서
불편은 편리로
느림은 속도로
이름을 바꾸며
우리는
익숙함을 잃는 대신
새로운 길을 얻어왔습니다.
안경 너머로 바라보는 세상,
선명함과 흐릿함 사이에서
나는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조심스레 조정하며
또 하나의 경계 속에
서 있음을 깨닫습니다.
AI의 물결은
젊음의 바다에서 먼저 출렁였으나,
이제는
노년의 통찰과
세월의 무게를 품고
기술과 마음이
서로를 배우는
새로운 경계를 열어젖힙니다.
그리고 새벽—
밤과 낮이 겹쳐지는
가장 연약한 경계의 순간,
나는 브런치 스토리 위에
숨처럼 얇은 문장을 놓고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을
조심스레 이어 붙입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자리,
머무름과 떠남이
서로를 존중하는 곳,
그 이름은 언제나
경계입니다.
사진 설명: 신혼살림을 사는 아들 부부에게 간장, 된장, 고추장을 준비하기 위해 된장 전문 농장을 찾아갔다. 이곳에는 수많은 장독이 정원과 경계를 지우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여기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공간, 경계가 잘 나타나 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인 이진준의 강의를 들었다. "먼저 온 미래, AI와 예술"이란 주제로 90분간 열정적인 강의를 진행하였다. AI의 쓸모는 통찰력과 창의력 그리고 경륜이 바탕이 되어야 예술로 승화할 수 있는 것이어서 세상의 경험이 많은 시니어들에게는 기회의 순간이라고 강조하였다.
격하게 공감하면서 새로 연재를 시작한 '올제와 AI의 시적 동행'은 AI를 문학에 잘 적용한 사례라고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