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애엔, 네가 내 아버지로!”

손자 출생 100일 기념 축하 시 [ 디카시 033]

by 올제

손자 녀석이

“다시 태어나도 울 엄마아빠”라며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는 모습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랑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지만
나는 아직도 네 사랑 한 국자 얻어먹겠다고
밥상 앞에서 숟가락만 들고 있는
요령 하나 없는 아버지다.


그래서 말인데
다음 생에는 한번 바꿔보자.


네가 나를 낳아주고,
내가 칭얼거리면 토닥이며 달래주고,
분유 흘리면 턱받이를 걸어주고,
기다가 쿵 하면 놀란 얼굴로 안아주는
그런 만렙의 ‘아버지’가 되어다오.


나는 그때
기저귀도 얌전히 갈 테고
밤중에 울지도 않을 테니..


그리고 나도 외쳐보고 싶다.

손자 녀석의 백일 문구처럼

“다음 생애엔, 네가 내 아버지!”


그러면 사랑은 그렇게
위로도 흐르고 아래로도 흐르는
참 너른 강물일 테니



며느리가 아들의 개원 기념일과 손자의 건강한 성장을 축하하며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다.
“다시 태어나도 울 엄마아빠”라는 사랑스러운 메시지가 담긴 사진을 보내왔고, 그 마음결 속에는 남편이 훌륭한 아버지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소망도 은근히 스며 있었다.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


그 모습을 보고 어찌나 재미나던지... 세상 이치는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문득 거꾸로 흐르는 상상을 해본 것이다. 만약 우리 아버지가 다음 생엔 내 아들로 태어난다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그 아이를 키울까?


불가능한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온 마음을 다해 우리 아버지를 그의 재능이 한껏 빛나는 사람으로 길러내고 싶다. 누구보다 그분을 잘 알고 있으니 더 잘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버지~ 겨울이 다가오니 따뜻한 온돌방이 더 그리워지는데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잘 계시지요. 오랜만에 안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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